"관리 허술" vs "억울하다"…게스트하우스 운영 논란

입력 2018-02-14 14:24  

"관리 허술" vs "억울하다"…게스트하우스 운영 논란
성범죄·소음 등 문제 해결 방안 시급…혼행족 위한 저렴한 숙박시설 장점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게스트하우스 관리 허술이 문제죠!(아이디 bebe***)" vs "선량하게 운영하는 사람들이 무슨죄?(〃 henr***)"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관광객 살해 사건의 여파로 도내 대다수 게스트하우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게스트하우스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고, 성범죄자 한 개인의 잘못으로 선량한 대다수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행정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게스트하우스는 현행 법령에서 별도의 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형에 따라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민박업',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상 '휴양펜션업', 관광진흥법상 '관광숙박업', 공중위생법상 '일반숙박업' 등으로 신고해 상호만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은 허가를 받기 어려운 숙박업으로 신고하기보다 비교적 간편한 민박업으로 신고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 주민의 소득 증진을 위해 민박업 허가를 주려는 취지인 만큼 자격 조건은 간단하다.
농어촌 지역에 있는 230㎡ 미만의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 소유자가 직접 영업을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의 게스트하우스 등 민박업소는 관광 호황을 맞아 2013년 1천449곳, 2014년 1천698곳, 2015년 2천357곳, 2016년 2천850곳, 2017년 3천497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났다.
또 소유자가 직접 운영해야 하고 조식만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고 관리인이나 직원을 고용해 대리 운영하거나 바비큐 파티를 하며 저녁에도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운영자들이 많아졌다.

행정기관에는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이 벌이는 술판으로 인한 소음, 주취소동 등 불편을 호소하거나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처럼 살인사건으로 비화하지만 않았을 뿐 낯선 타인과의 술자리에서 성추행, 성폭력 등이 일어나 고발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도 적발사례가 아직 한 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재수단도 시정조치와 20만원의 과태료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대다수 게스트하우스 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의 잘못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전체를 마치 범죄자소굴인양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시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소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여자 개인이 홀로 예약한 경우 전체의 80% 정도가 취소됐을 정도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로서 장점이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나 홀로 문화를 추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이른바 '혼행족'을 위한 맞춤형 숙소로 각광 받고 있다.
민박이라는 1970∼1980년대의 구식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련되면서도 안락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충족시킨다.
게다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A(37)씨는 "사람을 만나고 도움을 받았던 과거의 추억을 발판 삼아 그러한 여행의 즐거움을 모두가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식의 비판은 없기를 바랐다.
그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운영자들이 떳떳하게 운영할 수 있는 환경조성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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