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이영재 박영서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일본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
2피리어드 9분 31초, 남북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30)의 샷이 일본 골리 다리 사이를 지나 골문 안으로 들어가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북한 응원단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부 응원단원은 옆에 앉은 동료와 얼싸안았다. 한 손을 쳐들어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제 자리에서 방방 뛰는 응원단원도 눈에 띄었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응원단원도 있었다.
미리 연습한 응원 동작이 아니었다.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로 기쁨에 겨워 터져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0-2로 뒤지던 남북 단일팀이 드디어 한 골을 만회하자 북한 응원단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그리핀의 골로 사기가 오른 남북 단일팀이 추가 득점으로 일본을 꺾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뜬 듯 환한 얼굴로 응원에 힘을 냈다. 목을 빼고 넋을 잃은 듯 퍽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이 공세를 펼치자 경기장은 북한 응원단과 남측 관중이 한목소리로 외친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남측 관중이 어딘가에서 파도타기를 시작하자 북한 응원단도 두 손을 모아 반원을 그리며 합류했고 관중석 전체가 여러 차례 파도로 넘실거렸다.
최종 스코어는 1-4. 남북 단일팀이 아쉽게 승리를 내줬지만, 북한 응원단은 첫 득점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단일팀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경기장을 떠날 때 한반도기를 흔들며 격려했다.
북한 응원단은 이날 소품을 꺼내 동작을 맞춘 응원은 하지 않고 시종 한반도기를 흔들고 "힘내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자연스러운 응원을 펼쳤다. 남측 관중의 응원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경기 관람에도 열중했다. 일본 공격수의 샷이 남북 단일팀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자 깜짝 놀란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고 일본 공격수가 단일팀 골문으로 쇄도하면 "안돼!" 하고 탄식하기도 했다.
남북이 힘을 합쳐 일본과 자존심 대결을 벌인 이번 경기의 성격 때문인지 북한 응원단의 응원 열기는 경기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북한 응원단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경기장 중앙선 양 끝 부분을 포함한 관중석 서너 군데에 무리 지어 앉았다.
이들은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일본 대표팀에 승리를 거둘 것을 다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뼉과 함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경기장이 떠나갈 듯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아리랑',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등 민족의 정서가 담긴 민요를 어깨춤과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달구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은 지난 12일 남북 단일팀의 스웨덴전 때와 같이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인 체육복 상의에 빨간색 바지를 입고 흰 모자를 쓴 차림이었다.
이들은 약 170명으로, 이날 오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피겨 스케이팅 페어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북한의 렴대옥-김주식 조를 응원하고 점심을 먹은 다음 관동하키센터로 왔다.
나머지 응원단 약 60명은 이날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에 출전한 북한 김련향을 응원하기 위해 평창 용평 알파인스키장으로 갔으나 경기가 취소돼 숙소인 인제 스피디움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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