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리 부는 소년"…은빛 플루트 선율로 희망을 노래하다

입력 2018-02-16 09:20  

"나는 피리 부는 소년"…은빛 플루트 선율로 희망을 노래하다
지난해 한예 음악콩쿠르서 관악파트 '3등' 입상 최원석 군
기아대책 지원으로 음악가 꿈 키워…"내가 받은 도움 되돌려줄 것"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서초구 DM 아트센터에서 열린 '2017 한예 음악콩쿠르'.
플루트를 쥔 학생이 긴장된 표정으로 무대에 섰다. 긴장된 표정도 잠시, 강원예고 2학년 최원석(18) 군은 수없이 연습한 멜로디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플루트를 연주해갔다.
최 군이 선택한 곡은 '미뇽 판타지'였다. 멜로디컬한 전개가 매력적인 이 곡은 풍부한 감성 표현과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곡이다.
한국예술평가위원회가 주최한 이 콩쿠르 관악 파트에서 최 군은 3등으로 입상했다. 하지만 무대 위를 내려온 최 군은 웃을 수가 없었다.
"3등이라는 성적보다도 연습한 만큼 실력 발휘를 못 한 게 아쉬웠어요. 다음 무대에서는 꼭 제 실력을 100%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여린 외모지만 최 군에게서는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이 배어 나왔다.
16일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에 따르면 최 군이 처음 플루트를 접하게 된 것은 이 단체를 통해서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0년 기아대책의 아동보호센터인 '행복한홈스쿨'에 다니던 최 군에게 시설장이 플루트 연주를 권한 것이 인연이 됐다.
사실 최 군의 가정환경은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할머니 손에 자란 최 군은 그저 말없이 의기소침한 아이였다. 하지만 최 군의 삶은 플루트를 만나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 군은 "평화로운 멜로디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때론 격정적인 연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며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 때도 있지만, 무대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100%를 보여줬을 때 가장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경제적으로 보면 음악이라는 것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며 "기아대책을 통해 안정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2005년부터 GS홈쇼핑의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 자녀에게 레슨비와 악기 등을 지원하는 무지개상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 군도 이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이다.
실력이 일취월장해진 최 군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강원도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종합실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6년 강원예고에 입학했다. 또 지난해에는 '무지개상자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인 슈만의 '3개의 로망스'를 가장 좋아한다는 최 군은 "'3개의 로망스'에 담긴 풍부한 감성이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며 "제가 지금까지 살며 느꼈던 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최 군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후원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훌륭한 연주자가 되고 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제가 받은 도움을 남들에게 되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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