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인줄 알았으면 집 안빌려줬다"…재판부, 피고 주장 인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015년 프랑스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 테러범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한 31세 남성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파리형사법원은 14일(현지시간) 테러 혐의로 기소된 자와드 벤다우드(31)에게 재판부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결정했다.
벤다우드는 2015년 11월 파리 연쇄테러를 기획하고 실행한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일당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준 혐의로 기소돼 27개월간 구치소에 있었다.
그는 아바우드 일당이 테러리스트인지 몰랐다면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파리 연쇄테러가 일어나고 닷새 뒤 벤다우드의 아파트를 급습, 이곳에 은신하던 아바우드 일당 3명을 사살했다. 이들은 파리 교외의 국제상업지구 라데팡스에서 자살폭탄테러를 벌이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벤다우드는 당시 테러범들이 사살된 자신의 아파트 인근에서 "테러범인 줄 알았으면 집을 빌려줬겠느냐"며 방송 인터뷰에 응해 화제가 됐다. 가죽점퍼 차림에 헤어젤을 잔뜩 바른 모양새로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의 인터뷰 영상은 네티즌들에게 조롱과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파리 시내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나 경찰이 용의자들을 쫓는 상황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들의 "물과 기도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부탁을 의심도 없이 들어줬다는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런 그에게 '다에시의 집주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다에시(Daech)는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를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벤다우드에게 고의로 테러범을 숨겨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면서 석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벤다우드와 함께 테러범에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모하메드 수마에게 징역 5년형을, 테러범들이 숨은 곳의 위치를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유세프 아이트불라센에게는 불고지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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