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김예나 이효석 기자 =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5일 이른 아침부터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은 고향으로 내려가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오전 서울의 체감온도는 -5도 안팎이었지만,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온기가 돌았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여행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보따리로 휘감은 선물을 쥔 채 들뜬 표정으로 기차와 버스 시간표를 확인했다. 매표소 앞에는 표를 예매하지 못했거나, 귀경표 시간을 바꾸려는 승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전 9시 서울역 대합실에는 엄마·아빠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명절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남편, 두 아이와 함께 강릉 친정에 먼저 들른다는 송 모(33·여) 씨는 "엄마가 서울에 놀러 왔을 때 맛있게 먹던 치즈케이크를 사왔다"면서 "친정과 시댁 모두 강원도인데 자주 가지 못해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햄 세트를 손에 들고 홀로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직장인 백 모(30) 씨는 "지난해 초 취업을 했지만, 추석에 내려가지 못했다"면서 "평소에 자주 전화도 못 드리니까 이럴 때 선물이라도 사가야 덜 서운해하실 것 같다"며 웃었다.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역 안에 있는 중소기업제품 전시매장을 돌아다니며 전자제품과 식품세트를 살펴보기도 했다.
서울역 주변에서는 자식들을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역귀성한 노부부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충북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김 모(72·여) 씨 부부는 "서울은 몇 번을 와도 낯설고 복잡하다"면서 "아들이 일하느라 바쁘니까 우리가 왔다. 별로 멀지도 않다"며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택시 승차장으로 향했다.
같은 시간 반포 고속버스터미널도 귀성객들로 붐비기는 매한가지였다. 대합실 곳곳에 마련된 의자는 일찌감치 가득 찼고, 버스 출발시각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로 카페·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패스트푸드점에는 자리가 없어서 고객들이 선 채로 햄버거를 급하게 먹어치우고 밖으로 나가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버스 기사가 출발시간을 알리며 "빨리 타세요"라고 외치자,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젊은 부부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승차장을 향해 전력 질주하느라 땀을 뺐다.
아빠와 함께 전북 군산 할머니 집에 간다는 임 모(9) 군은 "버스 타고 할머니 집 간다고 해서 일찍 일어났다"면서 "할머니가 해주는 고기반찬 먹고 싶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충남 서산 집에 내려가는 대학생 최 모(24) 씨는 "아버지 혼자 집에 계셔 찾아뵈러 간다"면서 "표를 못 구해 오늘 내려갔다가 내일 곧바로 올라와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욜로족(You Only Live Once·인생은 단 한 번)'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은 오전부터 여행객들이 몰려 한때 출국장 앞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쉬는 날이 나흘밖에 되지 않다 보니 주로 일본·중국 등에 승객들이 몰렸다.
새벽 일찍 인천공항을 찾은 승객들은 일부 출국장만 운영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6시께 공항을 찾은 한 승객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출국 게이트가 닫혀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오전 5시∼8시 정기 노선이 아닌 항공편 수가 어제보다 10편 정도 더 많았다"면서 "4번 출국장은 24시간 운영하며 나머지도 오픈 시간을 일부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은 18만2천538명으로 예상된다. 출발 여객이 9만4천44명, 도착 여객이 8만8천494명으로 평일보다 다소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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