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이번에는 기자실 이전문제로 언론과 충돌

입력 2018-02-16 06:00  

마크롱, 이번에는 기자실 이전문제로 언론과 충돌
엘리제궁 기자실 별관이전 통보…기자협회 "취재보도 가로막는 결정" 재고 요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취임 직후부터 언론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엘리제궁(대통령실) 기자실 이전 문제를 두고 기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통령실이 엘리제궁 본관에 있는 기자실을 별관으로 옮기겠다고 통보하자 기자들은 '언론의 취재가 불편한 대통령이 기자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라며 재고를 요구했다.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엘리제궁 홍보비서관실은 본관의 현관 쪽에 자리한 기자실을 폐쇄하고 별관으로 확장·이전한다는 방침을 출입기자들에게 최근 통보했다.
시베스 은디예 대통령 홍보비서관은 최근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언론을 배척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기자실 이전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결정은 순전히 기능적인 이유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엘리제궁 기자실은 발레리 지스카르 대통령(1974∼1981년 재임) 때 처음 설치된 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 때 현 위치인 현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사전 등록을 한 출입기자들이 외국 정상들의 방문과 국가 주요행사,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전후해 당국자들을 취재하고 기사를 송고하는 데 활용된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직후 기자실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출입기자들이 반발하면서 결정이 미뤄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자실 이전 통보를 받은 엘리제궁출입기자협회는 성명까지 내고 "언론의 취재보도를 가로막는 결정이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진 것을 규탄한다"면서 재고를 요구했다.

르피가로, 르푸앙 등 프랑스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전 백악관 기자실을 다른 건물로 옮기려다가 기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던 전례를 거론하며 엘리제궁의 기자실 이전 결정에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도 없다. 가까운 곳에 더 넓고 쾌적한 기자실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언론 달래기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론과 불협화음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엘리제궁은 작년 5월 마크롱 취임 직후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프랑스군의 대테러 작전기지를 대통령이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엘리제궁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 대신 국방전문기자를 선별해 동행취재에 보내달라고 언론사들에 요구해 기자협회가 반발했다.
이어 취임 한 달 뒤에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소속당 의원들의 보좌관 허위채용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취재와 관련해 공영방송 간부에게 직접 전화해 '경고'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르몽드, AFP통신, 리베라시옹, 라디오프랑스 등 23개 언론사 기자협회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언론의 독립성과 취재원 보호와 관련해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들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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