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꿈꾸는 난치병 청소년, 장윤주와 함께 특별한 워킹

입력 2018-02-18 06:11  

모델 꿈꾸는 난치병 청소년, 장윤주와 함께 특별한 워킹
정예진양,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주선으로 '꿈의 멘토' 만나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예진이 잘하고 있어. 어깨 좀 더 펴고, 시선은 약간 아래로, 보폭은 넓게. 옳지. 많이 좋아졌어!"
이달 13일 오후 2시 서울 압구정동의 모델 매니지먼트사 에스팀의 스튜디오에서는 아주 특별한 모델 워킹이 펼쳐졌다.
유명 모델 장윤주(38)씨가 어린 시절부터 모델을 꿈꿔 온 정예진(16)양에게 모델처럼 걷고 포즈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는 스튜디오에서 거울을 보며 함께 워킹 연습을 했다.
현재 신장이 179㎝인 정양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키가 워낙 커 주위에서 모델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자연스럽게 모델을 꿈꾸게 됐고 TV나 잡지를 보며 언젠가 런웨이에 선 자신의 모습을 그려왔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류머티즘 진단을, 중학교 1학년 때 전신 홍반성 루푸스라는 난치병 진단을 받으면서 아픔이 시작됐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는 세균과 이물질을 파괴해야 할 항체가 자신의 인체를 세균·이물질로 착각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정양은 온몸에 염증이 생기고 부어 오래 서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병을 이겨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걷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패션잡지를 구독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으며 모델을 준비했다.
다행히 지금은 비활성기라 약만 챙겨 먹으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언제 활성기가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가족들은 동경하는 모델을 만나면 정양이 더 힘을 내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같은 병을 앓는 정양의 언니도 재단을 통해 소원을 이룬 경험이 있어 친숙했던 터였다.
재단의 주선으로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마치 언니와 동생이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장씨는 미리 준비해온 케이크에 '2018' 모양 초를 밝혀 정양의 밝은 한해를 기념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정양은 모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해야 하는지,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등 그간 궁금해했던 질문을 쏟아냈다.
장씨는 "외면적인 부분보다는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두 사람은 각기 흰색과 검은색 꽃무늬 원피스로 갈아입고는 스튜디오 안에서 워킹 연습을 했다.
정양은 처음 신어본 하이힐이 어색하고 불편했는지 비틀거리고 무게중심이 자꾸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워킹 연습에 임했다.
"오늘은 모델 워킹 이전에 당당하게 걷는 자세를 연습해보자"는 장씨의 지도에 따라 정양이 스튜디오 한가운데로 보무당당히 걸어 나오자 가족과 재단 스태프, 에스팀 관계자들이 손뼉을 쳤다.
정양은 장씨에게 보내는 공개편지에서 "꿈의 멘토를 만나게 돼 행복하다"며 "저보다 아픈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는 장씨와의 만남이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자 "모델을 꿈꿔 나가는데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며 "옆에 서니 조금 부끄러웠지만 재미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꿈을 잃지 않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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