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스켈레톤의 '새 황제' 윤성빈(강원도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탁월한 신체 능력 외에도 '강철 멘탈'을 빼놓을 수 없다.
감격스러운 금메달의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는 코치진 사이에서 싱긋 웃으며 '큰절 세리머니'를 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윤성빈은 어지간한 일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다.
평소에도 많은 취재진이 몰린 자리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아도 능청스럽게 웃으며 툭툭 던지듯 길지 않은 대답을 하는 '상남자'이기도 하다.
이런 윤성빈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많다.
신림고 시절 운동신경을 알아본 체육교사의 권유로 봅슬레이·스켈레톤 썰매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이 자리에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끌며 나타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윤성빈은 선생님에게 신발을 빌려 테스트를 치렀다고 한다.
모든 선수의 꿈인 '첫 올림픽'에서도 윤성빈은 거침없었다.
썰매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초심자였던 윤성빈은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스켈레톤의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를 기록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윤성빈은 경기용 신발 뒤축 부분에 '보고 있나'라는 네 글자를 적어 넣고는 경기에 나섰다.
당시 윤성빈은 "그냥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써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선수가 첫 올림픽 무대에서 실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다가 긴장감에 경기를 망치곤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경기를 앞두고 신발에 한국의 친구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은 윤성빈의 배짱이 놀랍다.
빙상 외 종목에서의 사상 첫 금메달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 몸에 안고 준비하던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윤성빈의 성격은 진가를 드러냈다.
당연히 쏟아질 수밖에 없는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윤성빈은 "부담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올림픽 개막 직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는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냥 월드컵 한 번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배짱은 평창올림픽에서 윤성빈의 금메달을 이끈 힘이 됐다.
윤성빈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네 차례 질주로 압도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성빈을 꺾고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던 경쟁자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4차 시기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메달권에도 들지 못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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