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키 관계개선 시동…"만비즈 관할권·귈렌 송환문제 협의"(종합)

입력 2018-02-16 22:51  

미·터키 관계개선 시동…"만비즈 관할권·귈렌 송환문제 협의"(종합)
터키 "만비즈서 YPG 철수, 미·터키군 공동주둔 제안"…미 "검토" 답변
다음달 실무그룹서 논의…틸러슨, 터키 구금 미국인·직원 석방 요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과 터키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양국관계를 정상화하자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통제권 이양부터 팽팽한 대립이 예상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양국의 관계개선을 위해 현안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다음 달부터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최우선 과제로 시리아 북부 만비즈의 관할권 문제를 꼽았다.
양국은 시리아정책뿐만 아니라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 문제도 실무그룹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모의의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에 송환을 요구한 인물이다.
틸러슨 장관은 또 이번 터키 방문에서 앤드루 브런슨 목사 등 터키에 구금된 미국인과 미국공관 직원의 석방을 거듭 요구했다.
터키가 러시아에서 도입하는 S-400 방공미사일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우려와 관련해 틸러슨 장관은 제재 여부는 개별 계약을 검토해야 알 수 있다면서도, "미국의회가 마련한 러시아 제재법령에 따라 동맹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계약이 꼼꼼하게 점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터키정부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언론 앞에 선 두 장관은 이견을 강조하기보다는 관계개선을 위해 시리아에서 힘을 합치겠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논의하게 될 만비즈 관할권부터 이견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비즈는 아랍계 주민이 90% 이상이지만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통제하는 지역이다.
SDF는 2016년 8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만비즈를 장악했다. 미군 수백 명도 이 일대에 주둔한다.
SDF의 주력인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IS 격퇴전에 동참했으나 터키는 이 부대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시리아 지부로 여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모두 YPG를 만비즈에서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압박했다.
틸러슨 장관은 만비즈에서 미군 또는 SDF의 철수와 관련, "만비즈는 IS의 부활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점이기 때문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실무그룹에서 만비즈를 우선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넘겼다.
이와 관련 터키정부는 YPG를 만비즈에서 유프라테스 강 동쪽으로 철수시키고, 미군과 터키군이 이 지역에 공동 주둔하자는 제안을 내놨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터키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터키는 지난달 20일 만비즈에서 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터키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YPG 등 1천500명이 제거되거나 생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프린 이후 동쪽의 만비즈로 작전을 확대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틸러슨 장관은 차우쇼을루 장관과 회담에 앞서 전날 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3시간 넘게 면담했다.
회담은 관례를 깨고 미국 측 배석자나 별도 통역 없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차우쇼을루 장관, 틸러슨 장관만으로 이뤄졌다.
이날 차우쇼을루 장관과 틸러슨 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는 앙카라의 호텔 밖에는 미국의 쿠르드 지원을 규탄하는 기습 시위가 열렸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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