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 '첫 도전' 44세 멕시코 마드라소·종목 바꾼 '통가남' 등 자축
(평창=연합뉴스) 최송아 이대호 기자 = 다른 선수가 모두 코스를 떠나고 희끗희끗한 수염 사이로 거친 숨을 내쉬며 홀로 레이스를 이어가던 헤르만 마드라소(44·멕시코)가 결승선으로 다가오자 다른 선수와 관중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마침내 그의 스키가 결승선에 닿았고, '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한 피타 타우파토푸아(35) 등은 다가가 목말을 태우며 완주를 축하했다.
감격에 젖은 마드라소는 큰 멕시코 국기를 휘날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16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프리 경기의 '피날레' 모습이다.
마드라소는 이날 59분35초4로 완주자 116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메달리스트인 다리오 콜로냐(스위스·33분43초9)에는 무려 25분 넘게 뒤진 기록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전까지만 해도 스키를 신고 달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던 그에겐 기록도, 순위도 중요하지 않았다.
마드라소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러닝 전문용품 업체를 운영한다.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가 크로스컨트리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한 스포츠 잡지에서 페루 크로스컨트리 선수 호베르토 카르셀란의 이야기를 접하면서다. '가장 힘든 종목'이라는 수식어가 그의 도전 정신을 깨웠다.
미국에 거주하는 그는 카르셀란에게 직접 연락해 남미로 건너갔다. 다른 선수와 지도자들을 만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만난 것이 타우파토푸아다. 이들은 칠레의 요나단 페르난데스와 자체적으로 훈련 그룹을 만들어 올림픽에 도전했다. 유럽에서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하며 마침내 올림픽 진출권을 손에 넣어 평창에 왔다.
이날 한 번의 완주는 전지훈련 비용을 마련하려고 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도 팔아치우는 등 그야말로 열정으로 모든 걸 쏟아부은 결과였다.
그는 "놀랍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며 기뻐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태권도 대표로 출전했다가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한 파우파토푸아에게도 이날 결과는 '메달만큼 값진 완주'였다.
그는 마드라소보다 두 계단 높은 114위(56분41초1)로 레이스를 마쳤다.
리우 올림픽 개회식에서 웃통을 벗은 채 근육질의 상체에 기름을 칠하고 등장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평창의 강추위를 뚫고 개회식에서 다시 근육질 몸매를 뽐내 이번 대회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서도 올림픽 경기를 무사히 마친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엔 또 다른 종목 도전을 꿈꾸고 있다.
위대한 이들의 도전에 메달리스트들도 경의를 표했다. 경기장 내 시상식을 위해 코스로 나온 콜로냐 등 메달리스트들은 이들에게 다가가 함께 완주를 축하했다.
이들 외에 에콰도르의 사상 첫 동계올림픽 선수인 클라우스 융블룻 로드리게스가 112위(53분30초1)에 오르는 등 이날 경기에선 축하받을 만한 완주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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