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민단체, 주민 5천명 서명한 청원서 주의회 전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참극으로 17명이 희생된 가운데 어머니들이 총기규제 강화를 위해 소매를 걷어부쳤다.
15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 플로리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어머니들은 행동을 촉구한다'(Moms Demand Action) 회원 40여명은 이날 플로리다 주도 탤러해시의 주 의회를 방문,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주민 5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조 네그론(공화) 주 상원의원에 전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아동과 교사 26명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를 목표로 결성됐다.
MDA 탤러해시 지부를 이끄는 케이티 카일은 "우리는 주민 다수가 지지하는 상식적인 정책과 법안 채택에 손을 놓고 있는 의원들에 지쳤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단체는 총기 구매자에 대한 철저한 신원 확인 절차를 촉구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지역 사법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플로리다 주의회는 이날 오후 총기 구매자의 신원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총기 참사로 연기됐다.
플로리다 주 하원의 카를로스 길레르모 스미스 의원은 지난 2016년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클럽에서 49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이나 이번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을 민간인이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2차례 회기에서 연이어 발의했으나 위원회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미스 의원은 "반자동 무기는 전투를 위해 고안돼 대량살상 총격범들이 선호하는 것"이라며 "민간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규제를 완화하는) '컨실드 캐리'(concealed carry) 법안에 관한 논의는 곳곳에서 이뤄지는데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다른 법안들은 결실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USA투데이는 플로리다 고교 총기사건과 관련, 주 상·하원에서 애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무도 총기규제에 대한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플로리다 주의회는 이번 참극에도 총기규제에 관한 논의 대신 총격범의 정신건강만 문제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학교 내 보안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치유하는 데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반대 로비와 정치적 이해관계, 총기 소지를 보장하는 헌법 등에 가로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