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총리 회담 하루만에 디벨트 소속 특파원 불구속 재판 결정
인권기구·언론단체 "언론인 종신형 선고, 법치 부재 드러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독일 등 유럽과 관계 회복에 나선 터키 당국이 독일 기자를 1년만에 석방했다.
그러나 이날 터키 유명 언론인 6명에게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터키 법원이 16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디벨트의 터키 특파원 데니츠 위첼(44)에 대해 불구속 재판을 결정했다고 위첼의 변호사와 디벨트가 밝혔다.
독일 외교부도 위첼의 석방 결정 사실을 확인했다.
터키계 독일인 위첼은 작년 2월 14일 이스탄불에서 테러 선동 혐의로 구금됐다.
터키 당국은 정식 기소도 하지 않은 채 위첼의 구속 상태를 유지했다.
위첼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줄곧 불구속 재판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1년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터키 법원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의 회담 이튿날 위첼을 석방하라고 결정했다.
이날 터키검찰은 위첼의 공소장을 완성했으며, 재판부에 18년을 구형할 것이라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터키 당국이 위첼에 출국금지명령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15일 이을드름 총리는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취재진에 "곧 새로운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후에는 이 문제가 더는 양국 관계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해 위첼의 석방을 시사했다.
2016년 쿠데타 진압 후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극언을 퍼붓는 등 유럽 각국과 갈등을 빚은 터키는 작년말부터 유럽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날 다른 법정에서는 유명 터키 언론인에게 줄줄이 종신형이 선고됐다.
이스탄불법원은 이날 나즐르 을르자크, 메흐메트·아흐메트 알탄(형제) 등 언론인 6명에게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연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모의 배후로 지목한 인사다.
유럽 인권기구와 언론 단체는 을르자크 등의 선고에 우려를 나타냈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유럽평의회(CoE) 사무총장은 "그물을 너무 넓게 던지면 사회전체를 통째로 얼어붙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는 "터키 법원의 판결에 간담이 서늘해졌다"면서 "법치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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