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트럼프에 제안…한국 포함(종합)

입력 2018-02-17 11:50  

美상무부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트럼프에 제안…한국 포함(종합)
최고 53% 고율 관세·쿼터 제시…한국은 철강 제품 대상
트럼프, 4월까지 최종 조치 결정…"무역전쟁 본격화" 우려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이윤영 기자=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무역규제를 가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또는 쿼터(할당)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주로 중국이나 브라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철강과 관련해선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이번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진행된 '국가안보 영향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즉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만큼 규제를 가해도 된다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행정각서 서명을 통해 발령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62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50여 년 간 실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던 터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각서 서명은 그가 대선 기간 주장한 보호 무역주의와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의 서막으로 여겨졌다.
미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각서 서명 후 곧바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 이들 제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보고서를 완성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수입 규모가 미 경제를 약화하고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제안한 방안은 3가지로, 특정 국가에 대한 초고율 관세 또는 일률적인 고율, 쿼터제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철강의 경우 ▲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대해 53%의 관세를 적용하거나 ▲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 국가별 대미(對美) 철강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방안을 각각 제시했다.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 중국·러시아·베네수엘라·베트남·홍콩에 대해 23.6%의 관세를 도입하거나 ▲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7.7% 관세를 적용하고 ▲ 국가별 대미 알루미늄 수출액을 지난해의 86.7%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철강 업체 가동률을 현재 73%에서 80%로, 알루미늄 가동률을 48%에서 역시 80%로 끌어올리려는 것이라고 상무부는 밝혔다.



상무부는 이 보고서를 지난달 초 백악관에 제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접수 이후 90일 이내, 즉 철강은 4월 11일까지, 알루미늄은 4월 19일까지 보고서 내용에 따른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안이든 상무부의 제안을 선택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이번 제안이 수용된다면 거의 확실하게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와 산업부 등 관련 부처도 지난해 4월 미 상무부의 조사가 시작됐을 당시부터 최종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 여부가 포함될지 등을 예의 주시해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새해 들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등 타국을 겨냥한 대대적인 무역 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무역확장법 232조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62년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가 적용된 것은 두 번에 불과하며, 그 가운데 가장 최근 적용 사례도 1981년이었다고 전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코노미스트 출신이자 현재 시카고 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CCGA) 무역 전문가인 필 레비는 CNN 인터뷰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에 대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문을 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무부 조사 보고서에 미국의 철강 관련 일자리가 1990년대 말부터 급격히 줄어든 사실이 언급된 점을 지목하며 "이것이 국가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노골적인 보호 무역주의를 위한 명목 찾기"라고 지적했다.
미 정계와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WSJ는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여야 상하원 의원들의 무역 주제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장은 "무역확장법 232조는 구식 화학요법"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은 조치여서 그동안 자주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우주산업협회(AIA)도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상승, 수급 차질 등 "의도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로스 장관은 그러나 급격한 가격 상승 우려 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날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뉴욕증시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업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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