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 주의 공화당 '큰손' 기부자인 부동산 사업가 앨 호프먼 주니어가 플로리다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중대결심을 담은 이메일을 자신이 후원하는 공화당 지도부에 보냈다.
공격용 총기류 규제 법안을 지지하지 않은 정치인들에게는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호프먼은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릭 스콧 지사, 젭 부시 전 지사 등 유명 정치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들이 공격용 무기 금지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수표를 끊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호프먼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엄격한 총기 규제법 입안에 반대하는 후보들을 지지하는 데 있어서는 이제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후원하는 공화당 정치인 중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정치 헌금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호프먼의 이메일 발송은 지난 14일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이 학교 퇴학생인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19)가 AR-15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7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 사건 이후 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의회에서 총기규제 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이앤 페인스테인(민주당·캘리포니아) 의원은 총기 소지 연령을 만 21세로 높이는 법안 제출을 준비 중이다.
크루스는 18살이던 1년 전 플로리다 주 코럴 스프링스에서 합법적으로 AR-15 소총을 구매했다.
공화당 다수 의원들은 그러나 이번 참극의 원인이 일부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에 있다며 총기규제로 관심을 돌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연말에는 공화당이 입법 추진한 총기규제 완화 법안인 '컨실드 캐리(concealed carry)' 수정안이 하원 표결을 거쳐 가결됐다.
'컨실드 캐리'는 공공시설에서 가방 등에 총기를 넣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휴대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총기 소지자는 거주하는 주(州)에서 '컨실드 캐리' 허가를 받았더라도 여행을 위해 다른 주로 이동할 때는 해당 주의 허가증도 받아야 했다.
완화한 법안이 발효하면 앞으로는 허가를 가진 사람의 경우 다른 주의 허가증을 받지 않아도 자유로운 총기 소지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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