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나 홀로 소비족' 뜬다…'1인 노래방·고독게임' 유행

입력 2018-02-18 17:00  

중국도 '나 홀로 소비족' 뜬다…'1인 노래방·고독게임' 유행
"극심한 경쟁·스트레스·불평등에 지친 젊은 세대 심리 반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 사회 불평등에 지친 중국 젊은이들이 점차 '나 홀로 소비족'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의 데이트 앱 '모모'(脈脈)와 숙박 예약업체 '샤오주'(小猪)가 공동으로 만들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고독 경제'는 이제 거대한 사회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이 1만 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5%가 평상시에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고독을 달래기 위해 영화 관람, 스마트폰 게임, '혼술', 운동 등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몰, 영화관, 공항, 지하철역 등 중국 곳곳에서 생겨난 '미니 노래방'은 이제 2만 곳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그 시장 규모는 32억 위안(약 5천4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70억 위안(약 1조2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25위안(약 4천원)을 결제하면 15분간 노래를 즐길 수 있어 미니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는 20대 줘이란 씨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이 혼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멋진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베이징에는 러닝머신과 TV, 오디오, 공기청정기 등을 갖춘 5㎡ 규모의 '공유 헬스클럽'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 역시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후 나 홀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혼밥' 전용 좌석을 제공하는 등 나 홀로 소비족 잡기에 힘쓴 레스토랑 체인 '샤부샤부'는 고성장을 구가하며 지난해 주가가 세 배로 뛰어올랐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 개구리'는 중국 젊은이의 이러한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게임 속 청개구리는 책을 보는 등 시간을 보내다 여행을 떠나고, 이용자에게 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이용자는 청개구리가 여행 경비로 쓰도록 클로버잎 등을 모아주기도 하지만, 청개구리에게 명령하지는 못한다. 모든 것은 청개구리 마음에 달려 있으며, 게이머는 이를 수동적으로 즐길 뿐이다.
단순하다 못해 무료한 이 게임의 다운로드 횟수는 1천만 번을 넘어섰는데, 그 95% 이상이 중국 젊은이들이다.
선전(深천<土+川>)의 사진작가인 켈리 휘(26) 씨는 "아파트에 같이 사는 친구와는 대화를 별로 안 하지만, 여행 개구리는 내 삶의 동반자와 같다"며 "독립적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청개구리는 마치 나 자신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국 저장대학의 마크 그리번 교수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젊은 고학력 미혼자가 주류를 이루는 중국의 나 홀로 소비족은 이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관계 중심의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이전 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긴 통근 시간과 지루한 일, 극심한 경쟁 등에 지친 나머지 혼자만의 시간과 경험을 즐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이공대학의 후싱더우 교수는 성공을 꿈꾸며 도시로 이주한 수억 명의 노동인력이 이제 극심한 경쟁과 불평등, 부패, 정경유착 등에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후 교수는 "일본인에게는 자신에게 종신 고용을 제공하는 기업의 보호막이 있고, 서구 국가의 시민은 다양한 클럽 활동과 자원봉사 등에 나서지만, 정부가 비공식 조직의 성장을 억누르는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나 홀로 활동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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