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귀화선수로 평창올림픽 출전…부상 투혼 보여줘
"한국에서 바이애슬론이 더 인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푸른 눈의'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30·조인커뮤니케이션)의 대장정이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랍신은 18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5㎞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30명 가운데 25위로 골인했다.
한국 남자 바이애슬론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랍신은 스프린트 16위, 추적 22위, 개인 경기 20위에 이어 이날 매스스타트까지 쉼 없이 달렸다.
그가 스프린트에서 거둔 16위는 한국 올림픽 바이애슬론 역사를 새로 쓴 최고 기록이다.
원래 랍신은 러시아에서도 촉망받는 바이애슬론 선수였다.
시베리아 출신인 그는 정확한 사격 능력과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에서 6차례나 우승했다.
그러나 랍신은 러시아에서 파벌 싸움에 휘말려 대표팀에서 밀렸고,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희망 하나로 귀화를 선택했다.
지난해 2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랍신은 지난해 5월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올림픽 준비 때문에 복귀를 서둘렀지만, 수술 여파로 그는 대회 내내 고생했다.
사격에서는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뽐내고도 스키 주행에서 밀려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이날 매스스타트 역시 랍신은 첫 번째 사격이 끝난 뒤 잠시 1위를 달렸지만, 이내 곧 다른 선수에게 추격을 허용해 하위권으로 밀렸다.
대신 랍신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대회를 완주해 아직은 바이애슬론이 낯선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랍신은 "이번이 4번째 경기라 무척 힘들었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데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끝까지 해보려고 했다"면서 "부상 속에서도 첫 번째 올림픽에서 이런 성과를 낸 것에 만족한다. 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랍신은 귀화 승인 직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바이애슬론을 더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자신의 그림이 들어간 엽서에 사인해 주위 사람에게 나눠주고, 사진 촬영 요청도 웃는 얼굴로 응했다.
랍신은 "한국에서 바이애슬론은 비인기 종목이다. 오늘 잠시나마 1위를 하며 카메라 집중을 받았다. 그 덕분에 좀 더 바이애슬론을 알린 것 같다. 앞으로 한국 사람이 바이애슬론에 더 관심을 두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픔을 참고 올림픽에 출전했던 랍신은 휴식으로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한 뒤 월드컵 출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귀화 후 매력을 알게 된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찾아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랍신은 이날 염주 3개를 차고 경기를 펼쳤다.
그는 "건강이 괜찮다면 다음 올림픽도 준비할 것"이라면서 "당연히 4년 뒤에도 한국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며 힘줘 말했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