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장신 베넷은 활강 16위, 188㎝ 제임스는 하프파이프 동메달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농구와 배구처럼 키 큰 선수들이 많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동계올림픽에는 장신 선수들의 이점이 많지 않은 편이다.
많은 금메달이 걸려 있는 스키나 빙상 종목의 경우 키가 커서 유리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불리한 면도 생기기 때문에 눈에 띄는 장신 선수를 찾기 어렵다.
아이스하키에 육중한 체구의 선수들이 많은 편이라고 해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평균 키는 185㎝ 안팎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최장신 선수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키 200㎝의 브라이스 베넷(26·미국)이 최소한 미국 대표팀에서 최장신이고, 출전 선수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베넷이 출전한 종목은 놀랍게도 알파인 스키다. 그중에서도 최고 속도를 내는 활강을 주 종목으로 하는 선수다.
베넷은 이번 대회 활강에서 16위, 알파인 복합 17위로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콧수염을 기른 개성 넘치는 외모에 커다란 키로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 신문 USA 투데이는 "베넷은 몸무게도 97㎏으로 알파인 선수 중에서 많이 나가는 편인데 오히려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며 "언덕에서도 무게를 실어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공기 저항을 더 받게 되는 점은 불리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알파인 미국 대표팀 동료 테드 리거티의 180㎝보다 20㎝나 더 큰 베넷은 미국 새너제이 지역 신문 머큐리 뉴스와 인터뷰에서 "스키 부츠가 맞는 것이 없다"며 "사람들에게 내가 스키 선수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 매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도 베넷처럼 큰 선수가 어떻게 활강 코스에서 경기력을 유지하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아해했다. 베넷은 "느낌대로 탄다"고만 밝혔다.
스노보드 종목 가운데 하나인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스코티 제임스(24·호주)의 키는 188㎝다.
엄청나게 큰 키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종목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스노보드를 타고 반원통형의 슬로프에서 공중 동작을 선보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남자부 금메달리스트 숀 화이트(미국)의 키는 173㎝, 화이트에 밀려 준우승한 히라노 아유무(일본)는 160㎝다.
그런데 188㎝의 거구가 이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제임스와 히라노의 몸무게 차이는 25㎏에 이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스포츠학회의 대미언 오메라 스포츠 생체역학 연구원은 호주 신문 '디 오스트레일리언'과 인터뷰에서 "제임스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한다는 것은 설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메라 연구원은 "키가 크면 공중회전을 더 빠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임스는 10대 후반의 나이에 20㎝가 갑자기 큰 경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키가 크고 나서인 2015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이겨냈다.
제임스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하지만 나는 큰 키를 장점으로 활용하고자 했다"며 "스피드와 파워가 더 필요하지만 그것만 갖춘다면 더 멋진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믿었고 핸디캡을 오히려 무기로 삼아 우승할 수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가장 큰 종목은 남자부 아이스하키의 185㎝, 여자부 봅슬레이의 172㎝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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