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국 여자 봅슬레이 "시민의 힘으로, 차별과 싸운다"

입력 2018-02-19 10:35  

[올림픽] 영국 여자 봅슬레이 "시민의 힘으로, 차별과 싸운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평창올림픽 참가
영국 언론 "인종차별, 성차별, 집단 따돌림과 싸운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취재하는 영국 언론은 여자 봅슬레이팀 일정을 빠지지 않고 챙긴다.
미카 맥닐(25)과 미카 무어(25)로 구성한 봅슬레이 여자 2인승 대표팀을 "인종차별, 성차별, 집단 따돌림과 싸우는 시민 대표"로 부르기도 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8일(현지시간) "시민의 힘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봅슬레이팀이 메달 이상의 목표를 향해 뛴다"고 전했다.
무어와 맥닐은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봅슬레이 여자 2인승, 꿈꾸던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올림픽 무대를 밟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실력이 아닌 협회의 편향된 행정 탓이었다.
맥닐은 "영국 봅슬레이스켈레톤협회의 집단 따돌림과 인종차별, 성차별을 모두 목격한 시기"라고 표현했다.
2016년 팀을 이룬 맥닐과 무어가 2017년 1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올림픽 본선 진출은 어렵지 않은 목표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영국 협회는 일방적으로 여자 봅슬레이팀의 올림픽 출전 지원을 중단했다.
맥닐은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아직도 협회는 여자 대표팀 지원을 중단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맥닐과 무어는 영국 남자 썰매팀이 협회의 지원 속에 평창올림픽 출전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맥닐은 "우리 팀 파일럿인 무어는 흑인이다. 백인 남성 위주의 협회는 '흑인 여자가 썰매를 조종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느낀 게 아닐까"라며 인종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협회는 여자 대표팀에 등을 돌렸지만, 시민들은 달랐다.
맥닐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한 달 만에 3만3천790 파운드(약 5천70만원)를 모았다. 총 모금액은 4만2천175파운드(약 6천300만원)였다.
맥닐은 "5천 파운드(약 750만원)를 지원해 주신 분이 두 분, 1천 파운드(약 150만원)를 주신 분이 여러분 계셨지만 대부분 100파운드 이하를 기부하셨다"며 "90% 이상이 우리를 전혀 모르는 분이셨는데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귀한 성금을 내주셨다. 600명 이상 소시민의 힘으로 올림픽에 나섰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연맹 탓에 무산될 뻔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시민 덕에 되살린 맥닐은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나를 지원해 준 시민들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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