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포사 대통령 측, 전임자 측근 각료 교체·부패 수사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 대통령이 자신의 전임자 측을 겨냥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15일 의회에서 선출된 시릴 라마포사 신임 대통령은 잇따라 부패와의 싸움을 강조했으며 수일 내 부패 연루 의혹을 받는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각료직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가디언과 AFP 등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6일 첫 주요 연설에서 주마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해 '공직 내 부패 척결'을 다짐하면서 남아공의 "신새벽"을 알렸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앞서 취임 때도 "공공자원을 약탈하거나 보통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기업 범죄자들이 훔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 경찰도 부패 수사 확대를 발표하며 대통령의 의지를 지원하고 나섰다.
피킬레 음발룰라 경찰장관은 18일 주마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에 대한 부패 수사를 확대 및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음발룰라 장관은 주마와 밀접한 관계의 인도계 사업가 집안인 굽타 가문의 형제 중 한 명과 다른 4명이 모두 해외에 있다며 인터폴과 협력 등 모든 조처를 통해 이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법 앞에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경찰은 굽타 가문의 일원인 아제이 굽타를 포함해 또다른 인도계와 중국계 등 이들 5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굽타 가문은 주마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정부 고위관리, 국영기업 사장 임명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남아공 언론은 주마 대통령의 아들로 두바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두두잔 역시 국내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두두잔은 굽타 가문의 사업상 파트너다.
음발룰라 장관은 그러나 두두잔이 경찰의 체포 목록에 있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이번 수사에 정치인이든 누구든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제이를 포함한 13명은 굽타 가문이 가난한 목축 농가로 갈 공공자금 수백만 달러를 빼돌리는데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 8명은 지난주 체포됐다.
남아공 당국은 이밖에 국영 전력회사 에스콤(Eskom)을 포함한 공익 사업체에 대한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남아공은 주마 대통령 집권기 9년 동안 극심한 경제 침체에 시달려 현재 실업률은 27%를 웃도는 수준이고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부패와 깊이 관련된 이같은 경제 악화는 빈부 격차 심화와 서민의 고통 가중으로 이어졌다.
반면 주마 전 대통령은 국고 유용, 굽타 일가와의 비선 실세 스캔들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의회에서 불신임 투표를 8차례나 마주했으나 불사조처럼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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