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첨단기업 인수·동유럽 영향력 확대에 EU 우려 커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조짐을 보이는 중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유럽연합(EU)과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매년 개최하는 고위급 경제 대화를 지난해 말 열 예정이었으나 이 대화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이는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6월 브뤼셀에서 열린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회담에서도 무역 갈등이 불씨가 돼 당초 예상됐던 기후변화 대응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NME) 국가로 분류돼왔지만, 가입의정서 규정에 따라 15년 후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하면 반덤핑, 반보조금 관세를 피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의 투자·무역 장벽 등을 제기하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해 대EU 투자는 76%나 급증해 총 810억 달러(약 87조원)에 달했지만, EU의 대중국 투자는 9.1% 감소한 88억 달러(약 9조4천억원)에 그쳤다.
EU 내에서는 유럽 기업의 대중국 진출은 중국 정부의 시장 접근 제한에 막혀 쉽지 않지만, 중국은 대유럽 투자에 마음껏 나서 첨단 기술기업 등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더구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이 EU 각국에서 득세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 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EU 측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매년 11월 중·동유럽(CEEC) 16개국과 '16+1' 정상회의를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동유럽과 중유럽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이들 16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9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EU는 중국이 이러한 '16+1' 전략으로 중유럽과 동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결과적으로 EU를 분열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U에 대한 중국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지역의 경기 부양을 위해 제안한 총 5천억 유로(약 660조원) 규모의 유럽전략투자펀드(EFSI) 사업에 2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2015년 약속했으나, 결국 이를 철회했다.
EFSI에 참여하는 대가로 인프라 사업 계약 등을 따내길 바랐으나, 중국 기업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만 주어진다는 것에 실망한 결과였다. 여기에는 중국의 참여에 대한 EU의 안보상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사회과학원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자오쥔제(趙俊杰)는 "중국과 EU 사이에 갈수록 불신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면서 "유럽 내 극우세력의 부상 등으로 인해 EU는 앞으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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