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폭풍전야…충돌 커져도 전면전까진 '글쎄'

입력 2018-02-19 15:42   수정 2018-02-19 15:54

이란-이스라엘 폭풍전야…충돌 커져도 전면전까진 '글쎄'
시리아내 이란 세 확장에 이스라엘 선제타격론 고개
이란민심 보면 전쟁은 정권붕괴…이스라엘도 "득보다 실" 계산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 10일 시리아군의 공격에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추락하자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향해 대대적 공습을 감행하면서 시리아를 지원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게 없지만, 시리아에서 양측의 군사 충돌이 계속될 경우 전면전으로 불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시리아에서 양측의 군사적 충돌 이후 중동이 전면전으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양측이 실제로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면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출신 시아파 민병대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자국의 혁명수비대를 시리아에 투입하는 등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확대해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전 대통령은 2005년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 정부에서 이란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존재로 각인됐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이 승기를 잡으면서 대담해진 이란이 자국으로 총구를 돌리고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맞닿은 시리아 남부에 이란군이 주둔하는 것과 이란이 헤즈볼라에 신식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란이 이를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특히 이란이 레바논에 지하 공장을 건립해 헤즈볼라에 장거리·정밀타격용 미사일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서 앉아서 이란의 공격을 기다릴 게 아니라 선제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양국의 최근 물리적 충돌은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 내로 무인기를 보내 이스라엘을 상대로 물리력을 동원한 첫 사례다. 1982년 이래 이스라엘 전투기가 격추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내 이란의 시설을 직접 겨냥한 것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시리아를 둘러싼 양국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가디언은 그러나 전면전에 대한 이란의 견해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 내 강경파와 연계된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는 "시온주의 국가(이스라엘)를 지워버리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러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강경파에 어느 정도 동조하면서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왔다.
특히 지난해 말 이란 곳곳에서 펼쳐진 반정부 시위는 성직자에 의한 이슬람 율법 통치가 내부의 압력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당시 시위는 생활고에서 비롯됐으나 이란이 시리아·예멘 내전 개입 등 중동 외교 정책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데 대한 불만도 원인이어서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현 정권에는 사실상 정치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신문은 이란 정권은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이 자칫 이란 핵 합의 파기, 강력한 대이란 제재, 사우디와의 협력을 통한 군사적 개입을 바라는 트럼프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의 동맹인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당사국들도 이스라엘을 자극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도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주저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 전에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도 반군을 몰아내고 오랜 내전으로 망가진 국가를 재건하는 게 급선무인 상황에서 서부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시리아 내전에서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는 올해 레바논 총선 승리가 더 중요한 당면 과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이란과 전면전에 나설 의향이 있는 것일까.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아마 이스라엘도 전면전은 원하지 않으리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 내 매파는 여전히 자국의 우월한 군사력과 자금력을 내세우며 이란과의 전면전에서 승리를 점치지만 다른 여러 요인이 전쟁으로 가는 것을 막는 분위기다.
시리아에서 이란과 전쟁에 들어가면 이스라엘은 순식간에 헤즈볼라의 레바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함께 3개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사우디와의 관계가 최근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본능적인 적대감을 가진 사우디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유의미한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려워 결국 이스라엘 혼자 이란과 맞붙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스라엘이 무기나 자금력 면에서 우세하더라도 이란은 결코 만만한 상대라고 무시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가디언은 현 상황에서 전면전은 양국 모두에 손해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만약 이란이 시리아에서 철수하지 않고 계속 군사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이 국경을 넘는 공습을 감행한다면 머지않아 큰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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