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가 올림픽 열기를 활용해 결혼을 장려하는 동영상을 만들었다가 '솔로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결혼장려 동영상을 제작해 지난 2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가 운영하는 동영상 사이트 '도쿄동영상'과 유튜브 등에서 공개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녀 커플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젊은 시절 남성의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함께 보지 않을래요?"라며 청혼하는 모습을 본다. 이후 현재로 돌아온 이 커플은 "우리들도…"라고 입을 모으며 결혼을 결심한다.
영상은 "도쿄 2020(올림픽), 당신은 누구와 봅니까"라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말과 함께 끝이 난다.
도쿄도가 이 영상을 제작한 것은 올림픽 열기에 편승해 결혼을 장려하는 메시지를 던져 전국에서도 유독 낮은 도쿄도의 결혼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도쿄도 거주 여성과 남성의 생애 미혼율은 각각 19.2%와 26.06%로, 전국 1위와 3위다. 도쿄도 담당자는 "결혼을 희망해도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응원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올림픽을 누구와 보느냐'는 동영상 속 질문이 솔로들의 심리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쿄도 고토(江東)구의 한 미혼 여성(29)은 도쿄신문에 "올림픽은 누구와 보더라도 훌륭하다. 이야기에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타(大田)구 거주 다른 미혼 여성은 "혼자서 올림픽을 보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 듯해서 괴롭다"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외에도 "쓸데없는 참견이다", "세금 낭비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동영상 제작에는 3천만엔(약 2천993만원)의 거액이 투입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쓰네미 요헤이(常見陽平) 지바(千葉)상과대 전임강사는 "질이 낮은 동영상이다. 결혼의 장점을 전달하면서 다른 사람의 가치관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는 식의 배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가이노 다미에(戒能民江) 오차노미즈여대 명예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결혼 독려를 큰 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저임금과 비정규노동, (어린이집의) 대기아동 문제 등을 해소해 결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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