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성현 씨 '추사코드' 이어 '추사난화'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16년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붓글씨에 특별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 '추사코드'를 펴냈던 동양화가 이성현 씨가 이번에는 추사의 난화(蘭畵)를 분석한 신간을 내놨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추사난화'(秋史蘭話)에서도 그림을 단순하게 감상하지 말고, 그림에 적힌 시문인 화제(畵題)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화제에 추사가 전하고자 했던 정치적 메시지가 감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미술사학자들이 추사 회화의 독창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림을 가슴으로만 받아들였을 뿐 냉철하게 연구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논리적 설명이 결여된 감상은 학문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신념을 설파한다.
저자는 특히 추사의 난 그림 중 '불이선란'(不二禪蘭) 분석에 집중한다. 가로 31㎝, 세로 55㎝ 크기의 이 그림에는 위쪽과 오른쪽, 왼쪽에 빽빽하게 글씨가 쓰여 있다.
이 난화의 위쪽에 기록된 화제는 '부작난화이십년'(不作蘭畵二十年)으로 시작된다고 알려져 왔다. '난 그림을 안 그린 지 20년 만에'쯤으로 해석되는 문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화제에서 '작'(作)은 '정'(正) 자의 오독이라고 주장한다. 즉 '부정난화이십년'(不正蘭畵二十年)이 추사가 남긴 글이고, 이는 '엉터리 난 그림과 함께한 지 20년 만에'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난화 왼쪽에 있는 화제도 '시위달준방필'(始爲達俊放筆)로 봐왔던 미술사학계의 통념을 반박한다. 그림에는 버젓이 '갈 준(준<俊에서 사람인변 제거>)'으로 돼 있는데, 굳이 사람인변을 추가해 '준걸 준(俊)'으로 읽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시'(始)도 '비'(妃)가 옳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왕비가 거만한 결단을 내리게 하려고 붓을 놀리니'라는 의미가 '처음에는 달준이를 위해 그렸으니'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해석을 근거로 '불이선란' 난화에는 추사의 정치적 동지인 조인영(1782∼1850)이 세상을 떠난 뒤 당시 강력한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의 장기 집권을 막고자 했던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저자의 주장은 시종일관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이다. 다만 일부 화제에 대한 해석과 기존 학계에 대한 공격은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느낌도 든다.
들녘. 472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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