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파연합, 총선 후 와해?…3당 공동유세 불발

입력 2018-02-19 20:46  

이탈리아 우파연합, 총선 후 와해?…3당 공동유세 불발
총선 후 베를루스코니-렌치 손잡는 대연정·오성운동-동맹당 연대 가능성 대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달 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파연합의 공동 유세가 불발되며, 총선 후 우파연합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파연합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반(反)난민·반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내건 극우성향의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 등 우파 성향의 정당들이 손을 잡은 연합체다.



우파연합은 작년 6월 지방선거, 작년 11월 시칠리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총선을 2주 앞둔 현재 지지율 37% 안팎을 넘나들며 이번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파연합은 단독으로 정부 구성에 필요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득표율 40%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터라, 총선 이후 유럽연합(EU)에 대한 시각, 연금 정책 등 핵심 사안에 있어 노선이 서로 다른 FI와 동맹당이 다른 상대와 연정을 꾀하며 분열될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아 왔다.
분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조르지아 멜로니 FDI 대표는 18일(현지시간) 로마에서 3당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합동 유세를 개최,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어떤 당도 우파연합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살비니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멜로니 대표는 이에 "'플랜B'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면 오늘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살비니 대표의 통합 의지에 의구심을 표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살비니 대표는 총선 승리 시 누가 총리를 맡느냐를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여파로 2020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측근인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을 밀고 있는 반면, 살비니는 본인이 직접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우파연합이 총선에서 4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해 단독 정부 구성이 어려울 경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PD)과 손을 잡고 대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정책이나 이념 면에서 겹치는 면이 거의 없는 동맹당, FDI는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 이 경우 우파 연합은 와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우파연합이 40% 미만으로 득표할 경우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동맹당이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전격 손을 잡고,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기성정당과는 절대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성운동은 최근 들어 정책이 같다면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밝혀 총선 이후 다른 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로 나뉜 기성 정치 체계를 부정하며 9년 전 탄생한 오성운동은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유로화에 대한 적대감과 난민정책 등에서 동맹당과 접점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오성운동은 총선 전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으로 여론조사인 지난 16일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27.8%로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수성했다.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 연합은 27.3%, FI는 16.8%, 동맹당은 13.1%의 지지율을 각각 나타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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