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이 탄다…가뭄에 바닥 드러낸 댐·저수지 늘어나

입력 2018-02-20 09:41   수정 2018-02-20 10:47

산과 들이 탄다…가뭄에 바닥 드러낸 댐·저수지 늘어나

울산 저수지 34개 이미 '물 0'…낙동강서 식수 끌어와 물값 '눈덩이'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심각한 가뭄으로 울산의 산과 들이 타들어 가고 있다.
영농철을 앞두고 고갈되는 저수지가 갈수록 늘어나고, 청정댐의 저수율이 바닥나 낙동강물 유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영남알프스 신불산과 문수산 등 유명한 산의 등산로에는 먼지가 쌓여 시민들이 산행을 꺼리고 있다.
농경지가 집중된 울산의 서부권, 언양읍과 상북·삼남·두동·두서면의 가뭄이 극심하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강수량은 671.4㎜로 최근 30년간 평균치인 평년값 1천280㎜의 52.5%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 서부권은 지난해 420㎜의 강수량을 기록해 평년값의 32.8%에 그쳤다.
이 때문에 20일 현재 울주군의 저수지 208개의 평균 저수율은 30.35%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18%에 크게 못 미친다.
저수율 20% 미만인 저수지는 61%인 127개이며, 저수율이 0%인 저수지는 16.3%인 34개나 된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가 대부분 이들 서부권에 몰려 있어 영농철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식수 공급을 위해 울산시가 낙동강에서 끌어들이는 물 유입량도 급증했다.
시는 지난해 수돗물 전체 취수량 1억3천64만㎥ 중 49.1%인 6천416만㎥를 낙동강물로 사용했다.
울산에는 청정 식수원인 사연댐이 있지만,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위를 인위적으로 낮춘데다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최근 수년간 식수전용댐 구실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이 악화해 지난해 7월 사연댐 축조 50년 만에 처음으로 식수 취수가 중단됐고, 이때부터 낙동강물의 본격적인 유입이 시작됐다.
사연댐의 현재 저수율은 5%로 예년의 30%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울산시가 지난해 7월부터 이달 20일 현재까지 사용한 낙동강물은 6천960만9천t이다. 낙동강물 사용에 따라 시가 수자원공사에 내야 할 원수 대금은 162억6천700만원이나 된다.
낙동강물을 사용하면 원수 대금뿐만 아니라 물이용 부담금을 따로 내야 한다.
같은 기간 낙동강물 사용에 따른 물이용 부담금(t당 83.5원)은 58억1천200만원이다. 물이용 부담금은 각 가정의 상수도 요금에 부과돼 시민들이 물어야 한다.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2월에는 태풍 '차바' 등의 영향으로 물이 충분해 낙동강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원수 대금과 물이용 부담금도 없었다.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림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은 지난달 23일부터 건조특보 발효돼 공무원들이 산불 예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산불 진화 헬기 2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일몰까지 상시 대기한다.
구·군별로 산불 감시와 진화 인력 250여 명을 배치해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
영남알프스인 신불산과 가지산, 울산 근교에 있는 문수산, 무룡산 등지의 등산로가 메말라 산행객마저 줄어들고 있다.
매일 문수산을 등반한다는 최모(50)씨는 "등산로에 먼지가 많이 쌓여 시민들이 먼지를 쓰고 등산하는 상황"이라며 "새벽 시간을 제외하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 등산객 행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농경지가 많은 서부권에 비가 너무 오지 않아 저수지마다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라며 "대형 저수지는 태화강에서 물을 끌어 저장하는 대책 등을 세우고 있으나 소규모 저수지는 뚜렷한 방안이 없어 봄 농사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lee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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