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주교황청대사관, 몰타기사단으로 이전할 수도…추이에 촉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 문제에 합의하고 다음 달 로마에서 공식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자유시보와 홍콩 명보 등은 20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르 델라 세라'를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미 중국과의 주교 임명 협의안에 이미 동의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양측은 합의안의 윤곽을 확정짓고 현재 누가, 어디에서 대표 서명할지 등 세부 내용을 놓고 협의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마친 후 유럽 담당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로마에 보내 합의안에 서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최근 교황청은 비밀리에 서품한 중국내 지하교회 주교 2명에게 퇴임과 함께 교구 양위를 요구하며 중국이 독자 임명한 주교 7명에 대한 파문을 철회한 바 있다.
교황청의 고위 소식통은 현재 바티칸과 중국의 수교 문제는 아직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양측이 다음 단계로 조만간 외교관계 회복에 나서리라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수교시 바티칸과 단교가 불가피해지는 대만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중국과 교황청의 협상과 교류에 대해 긴밀한 관심을 갖고 진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의 대화협상이 종교 교무 문제에 국한될 뿐 정치적 문제까지 파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만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 소식통은 바티칸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중화민국 주교황청 대사관'을 몰타 기사단으로 이전토록 하거나 대만에 교황청과 협의가 가능한 별도의 문화기구를 설립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몰타 기사단은 자선활동을 펼치는 가톨릭 수도회이자 국제법상 주권국가로 인정받는 조직으로 나폴레옹에 의해 몰타에서 추방된 후 바티칸이 위치한 로마에 본부를 두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신문은 현재 바티칸이 중국과의 불투명한 협의 과정으로 인해 교회 내부의 불만과 국제 여론의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중국과 합의할 기회를 놓치거나 중국이 생각을 바꾸는 것을 더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선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일단 합의 서명을 확보하는 것이 바티칸의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최근 양측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측은 바티칸이 중국과 합의를 서두르는 이유를 중국내 가톨릭 전도를 확대하려는 의도와 함께 중국내 지하교회와 관영 애국교회의 통합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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