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봉쇄 '인도·태평양 전략' 협력노려 인권 도외시 지적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군이 동티모르 학살의 배후라는 이유로 중단했던 인도네시아 특수전사령부(코파수스·Kopassus)와의 합동훈련을 19년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지프 도노반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는 전날 물도코 인도네시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코파수스와 관련한 제재를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도노반 대사는 물도코 비서실장에게 "우리는 코파수스 산하 대테러부대(Detasemen Khusus 81)를 시작으로 (합동훈련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파수스는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정권유지를 위한 고문과 암살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9년에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는데 반대하며 민병대와 함께 동티모르 전역에서 학살과 방화를 자행했다는 의혹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인권을 침해하고서도 처벌 받지 않은 외국 군대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외국원조법에 따라 이후 코파수스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억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2010년 제재를 다소 완화했으나, 안보협력을 위해 인권을 희생해선 안 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런 과거를 덮고 인도네시아군과의 협력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인도네시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 안보에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돕겠다면서 "우리는 남중국해와 북나투나해에서의 해양영토 감시를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북나투나해는 인도네시아가 작년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구역인 남중국해 인근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에 붙인 이름이다.
중국이 명명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와중에 매티스 장관이 이 명칭을 사용한 것은 인도네시아와 손을 잡고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패권 확장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티스 장관은 인도네시아 방문기간 자카르타에 있는 육군사령부에서 코파수스 대원들이 살아있는 뱀을 물어뜯어 피를 마시고 유리조각 위를 구르는 등 극한 특공무술을 펼치는 시범을 보고 크게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물도코 비서실장은 인도네시아와 미국은 오랜 협력의 역사를 쌓아왔으며 자신 역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추구해 온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강대국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