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공장 폐쇄하면 어찌 사나?'…경기침체에 울상짓는 군산

입력 2018-02-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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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공장 폐쇄하면 어찌 사나?'…경기침체에 울상짓는 군산
공장 폐쇄로 협력업체 창고 썰렁, 근로자 "생계 막막하다"
'공장 폐쇄 철회하라' 현수막, 상인도 매출감소 전전긍긍



(군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그래도 공장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랑 싸워보기라도 하죠. 우리 같은 협력업체 직원은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 빨다가 다 죽게 생겼어요."
제네럴모터스(GM) 전북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됐다는 비보가 전해진 지 일주일째인 20일 공장 인근 한 협력업체에서 만난 직원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그는 공장 정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여기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5∼6년 전만 해도 공장 가동률이 높아서 협력업체도 부품을 추가로 대느라 야근도 했다"며 "그때는 수당도 조금 받았고 일하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은 보면 알지 않느냐. 명색이 완성차 협력업체인데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고 창고도 텅텅 비어 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때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머리를 감쌌다.


협력업체 입구에서 만난 경비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한때 직원만 30명이 넘었던 이 협력업체는 공장 가동률이 20%대로 뚝 떨어진 2016년부터 일감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일 오전에만 대형 트럭 10여 대가 부품을 싣고 정문을 드나들었으나 지난주부터는 출근하는 직원들만 주차장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경비원은 "예전에는 회사에 젊은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다 떠나고 없다. 앞으로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질 텐데 협력업체가 몇 군데나 버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협력업체는 공장 폐쇄로 경영난이 심화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경영상황 등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며 취재를 정중히 거절했다.
주변 다른 협력업체도 사정은 비슷했다.
부품과 재료가 가득 쌓여있어야 할 주차장과 창고는 썰렁했고 문이 굳게 닫힌 업체도 부지기수였다.
짐칸이 텅텅 빈 채 도로 한쪽에 서 있는 화물트럭도 제법 눈에 띄었다.


산업단지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군산 도심에서도 공장 폐쇄로 침체한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번화가로 연결되는 월명동 교차로 곳곳에 공장 폐쇄 철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임대' 문구가 쓰인 상점이 줄이었다.
그나마 문을 연 상인들도 공장 폐쇄와 협력업체 줄도산에 따른 매출감소를 걱정했다.
점심시간 식당에 모여 앉은 시민들도 공장 폐쇄가 가져올 경기침체 후폭풍을 우려하며 푸념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신모(50)씨는 "지역이 좁아서 공장 하나 없어지면 시내까지 체감이 온다. 올해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못하고 지난해는 전년보다 못했다. 음식점 대부분은 관광객으로 버티고 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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