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인 남매, 피겨 아이스댄스 동메달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미국의 마이아 시부타니(23)-알렉스 시부타니(26) 남매는 며칠 전 트위터에 미국 대표팀 털모자를 잔뜩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오빠인 알렉스 시부타니는 "그들을 위해 멋진 모자를 준비했는데 그들에게 꼭 전달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썼다.
시부타니 남매가 준비한 모자의 주인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다. 모자에는 BTS 멤버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었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시부타니 남매는 BTS 얘기가 나오자 웃음을 터뜨린 후 단순한 '팬심'을 넘은 진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일본계인 알렉스 시부타니는 "아시아계로서 미국에서 자라면서 아이스댄스 분야에서 우리와 닮은 외모의 롤모델을 찾기 힘들었다. 서양 문화에선 미디어 분야에 아시아계가 많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BTS 사진이 걸린다"며 "미국에서 자란 아시아계로서 우리를 닮은 사람이 그렇게 두드러지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미국인 중엔 BTS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은 정말 잘한다. 사람들의 재능과 능력은 알아채기 마련"이라며 "BTS와 같이 재능 있는 그룹이 전 세계에 인정 받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BTS가 이뤄낸 것들, 그들의 싸움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BTS에게 준비한 모자를 전해줄 방법은 찾았느냐 묻자 알렉스는 "미국에서 BTS를 담당하는 음반사의 연락을 받기는 했는데 아직 시합을 준비하느라 연락하진 못했다"며 "그들이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아시아계라는 소수자로서, 그리고 남매가 아이스댄스를 하는 데 대해 일부가 갖는 불편한 시선과도 싸워야 했던 시부타니 남매는 가족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스는 "부모님은 우리를 전적으로 지지해주신다"며 "남매로서 우리는 그 어떤 아이스댄스 팀도 가지지 못한 가족의 유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한국엔 김연아가 있고, 중국과 일본에도 여러 우수한 선수들이 있어서 아시아에선 피겨의 인기가 높지만 예전엔 관중이 싱글만 보고 아이스댄스가 시작하면 자리를 뜨는 일도 있었다. 여기 와서 따뜻한 환대를 받아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K팝 스타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피겨 선수는 시부타니 남매가 처음이 아니다.
소문난 엑소의 팬인 여자 싱글의 강력한 우승후보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팀이벤트(단체전) 경기를 마친 후 "엑소 덕분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경기도 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