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들과 정 많이 들어…7년 끊은 햄버거 먹고 싶어요"
(강릉=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약팀의 골리는 괴롭다.
수없이 날아오는 퍽을 막다 보면, 온몸에 멍이 든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뒤를 든든하게 지킨 신소정(28)도 그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7∼8위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1-6으로 패하며 단일팀의 공식 일정을 마친 20일, 신소정은 "솔직히 온몸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신소정은 "10년 이상 올림픽 무대만 생각했다. 그 꿈의 무대가 지금 막 끝났다"며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이 뛰었다. 1승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도 처음으로 높은 관심 속에 경기했다. 응원을 받으면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무대에 나설 날을 꿈꾸며 10대, 20대를 보냈다.
신소정은 곧, 한국 여자아이스하키의 역사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뽑힌 신소정은 2013년 캐나다 대학스포츠 1부리그(CIS) 세인트 프라이스 제이비어대에서 '몇 수 위의 아이스하키'를 배웠다. 기량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했고 2016년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에도 진출했다.
꿈꾸던 올림픽 무대는 더 특별했다.
대회 직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성사됐다. 한국은 물론 국외 취재진도 단일팀 취재에 열을 올렸다.
단일팀이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 만원 관중이 찰 정도로 국민의 성원도 뜨거웠다.
신소정은 "압박과 부담은 당연히 컸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주목을 받으니 힘든 면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래도 아이스하키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처음으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면서 다 보상받았다. 우리 단일팀이 국민께 감동을 드렸길 바란다"고 했다.
가장 뜨거운 순간을 보낸 신소정은 허탈감에도 시달린다.
신소정은 "경기를 마치고 단일팀 선수들과 '팀 코리아' 구호를 외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부터 울었다"며 "그렇게 링크를 나오는 데 아쉽고 속상하더라.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 들어서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생 못 잊을 추억을 만들어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신소정은 "선수로 꿈을 이루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 매 경기, 모든 슛이 기억에 남는다"며 "북한 선수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고 웃었다.
이제 신소정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햄버거와 함께 '올림픽'을 즐기려고 한다.
신소정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제 푹 쉬면서 다른 올림픽 경기도 관람하려고 한다"며 "7년 동안 햄버거를 끊었다. 햄버거부터 먹겠다"고 했다.
신소정은 한국 여자아이스하키에 꿈을 선물하고, 자신의 꿈도 이뤘다. 무거운 짐도 내려놨다. 신소정은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며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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