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최해민 김경윤 기자 = 우리 금융당국이 가상화폐(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또다시 출렁였다.
'거래소 폐쇄' 카드까지 꺼냈던 당국이 '정상적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180도 달라진 입장으로 선회하자,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요 가상화폐가 일제히 급등세로 돌아섰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금세탁 방지 등 안전장치를 갖춘 취급업자(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시중은행에 투자자들의 계좌를 개설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한 투자자는 "은행이 주요 거래소 신규 회원들의 거래 계좌를 열어준다면 이보다 좋은 호재가 있겠느냐"라며 "1월 최고점 대비 70% 하락한 가상화폐 가격도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반겼다.
또다른 투자자는 "자금세탁 방지 등 예상 가능한 불법만 최소한으로 규제하면서 블록체인 협회 관계자들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인 메시지"라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분리될 수 없다는 시각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최 원장의 과거 발언을 꼬집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중에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기하자던 사람은 어디 갔느냐", "저점 매집이 끝났나 보다", "고위 공무원이 불과 한두 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통에 개미들만 죽어난다"라는 등의 감정 섞인 의견이 다수 눈에 띄었다.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태도 변화에도 신규 가상계좌 발급에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해 온 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은 새로운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것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신한은행은 "일단은 구체적인 변화 움직임은 없다"며 "유관부서에서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도 당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 가상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은 완료한 상태"라며 "시장의 요청이 오면 가상계좌 제공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답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이 지난달 가상계좌 도입 철회 해프닝으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특정 은행이 먼저 나서서 신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하기보다는 당국 및 타 은행들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민감했던 이슈라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다른 곳들과 조율해서 결정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최 원장의 발언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들 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이후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코인네스트 관계자는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이전 발언보다는 방향성이 분명해졌지만 완전히 좋은 신호라고 해석하지 않고 있다"며 "조금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야랩스 관계자는 "여태까지 금융당국이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말라고 말한 적은 없었으나 은행이 당국 눈치를 본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렇게 말했어도 현장의 은행들이 움직일지는 모르겠다"고 회의감을 표시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발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당장 가상계좌가 발급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므로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코인피아 관계자는 "예전에 보도된 내용 토대로 은행에 연락하면 어떤 곳은 그렇다고 하고, 다른 곳은 바뀐 것이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실제로 은행과 접촉해서 변화한 게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거래소인 코인원측은 "업계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신호로 보여진다"라며 "거래소 입장에선 자금세탁 방지 등 시장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절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한때 1코인당 1천345만원까지 치솟으며 전고점에 한발 다가갔다. 전날 대비 8%가량 오른 가격이다.
이더리움 110만5천원, 리플 1천307원, 비트코인캐시 180만원 등 다른 가상화폐들도 급등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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