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 "4강 목표 이루려다 생긴 일"…백철기 감독 "코치진 책임"
빙상연맹 긴급 기자회견…노선영은 '감기몸살'로 불참
(강릉=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를 마치고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보름(강원도청·25)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보름은 20일 오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전날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명 모두 뭉쳐서 들어왔으면 준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 "중간에 있는 선영 언니는 비중을 최대한 적게 하는 전략을 짰는데 그 부분에서 의사소통이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가장 늦게 결승점에 도착한 노선영(콜핑팀·29) 때문에 대표팀이 저조한 기록을 거뒀고, 결국 한국의 4강 진출이 무산됐다는 뜻으로 '오해'되면서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김보름은 악성 댓글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SNS 계정을 닫기에 이르렀다.
김보름은 "선수 모두 3위를 목표로 했고 그러려면 일단 4강에 진출했어야 했다. 제 욕심에 마지막 바퀴 때 29초를 끊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뒤처진 (선영) 언니를 챙기지 못했다"며 결승점에 들어올 당시 노선영 홀로 크게 뒤처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두에 있으면서 뒤의 선수들을 확인하지 못한 건 분명히 제 잘못이니 억울한 부분은 없다. 잘못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김보름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백철기 감독은 전날 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오히려 코치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백 감독은 "왜 노선영을 중간에 끼워서 가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표팀이 더 좋은 기록을 내려면 선영이가 맨 뒤에서 따라가는 게 맞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면서 "선영이가 직접 이 전략을 내게 제안했고 그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선영이가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함성이 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경기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선영이 팀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팀워크를 맞추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던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강릉에 도착해서는 훈련장에서나 밖에서나 서로 화합하는 분위기였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말없이 어색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은 서로 (결과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세심히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백 감독은 "팀 내에서 가장 어린 (박)지우는 원래 기자회견에서 오려다가 선영이가 안 가면 자기도 못 가겠다며 벌벌 떨었다"며 "아직 매스스타트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데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되고 있다.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보름은 10분 넘게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고,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편, 노선영은 애초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올 예정이었으나 감기몸살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해 불참했다.
백 감독은 "선영이가 감기몸살이 심한 것 같은데 상태를 체크해 보고 내일 순위전(7~8위전)에 출전시킬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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