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성적 좋을 때보다 많이 응원받아…경기 외적인 것 많이 경험"
김아랑 "애들이 기특하고, 제게도 수고했다는 의미의 눈물"
막내 이유빈 "언니들이 메달 따게 해줘 고마워"
(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고상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된 쇼트트랙 최민정(성남시청)은 "저 혼자 딴 것이 아니라서 두 번째 금메달은 기쁨이 5배"라며 환히 웃었다.
최민정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믹스트존에서 "팀원들에게 너무 고맙고 응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앞서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쏟아냈던 최민정은 이날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는 펑펑 우는 동료들 사이에서 박수를 치며 '축제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번의 금메달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를 묻자 최민정은 "마냥 너무 기뻤다"면서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을 일이었고, 팀원들을 믿고 자신 있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메달로 최민정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진선유에 이어 12년 만에 3관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최민정은 "저희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기대하는 것이니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심석희(한국체대)는 "동생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다 같이 고생을 많이 하면서 계주 금메달을 위해 좀 더 단합하려고 했다"고 주장다운 소감을 밝혔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대표팀의 '동생들' 중 하나로 참가해 역주를 펼치며 계주 금메달을 이끌고는 펑펑 울었던 심석희는 이날도 평창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심석희는 "저도 그렇고 다들 맘고생을 많이 했다"며 "복잡한 감정도 있고, 서로 너무 좋아하고 우는 모습을 보니 감정이 많이 격해진 것 같다"며 붉어진 눈시울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코치로부터 폭행당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여자 1,500m 예선에서 넘어지는 등 잇따른 불운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심석희는 "1,500m 경기가 끝난 뒤에, 성적이 잘 나왔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응원해주시고 힘이 돼 주셨다. 경기 외적인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다른 부분을 느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며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로 역전에 성공한 뒤 우승을 확정 짓고 펑펑 울었던 맏언니 김아랑(고양시청)도 "민정이가 골인한 뒤 그동안 훈련한 것, 고생한 것, 힘들었던 것이 생각났다"며 "애들이 잘 따라와 준 게 기특하고 고마워서, 그리고 제게도 수고했다는 의미의 눈물이 자꾸 났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감동을 표현했다.
김아랑은 맏언니로서 팀워크를 끈끈하게 유지한 비결을 묻는 말에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다 보면 저절로 끈끈해지게 돼 있다"며 웃기도 했다.
바통 터치 이후 넘어져 캐나다와 이탈리아 선수도 함께 넘어진 데 대해서는 "레이스에 집중한 상태여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몰랐다"며 "판정을 기다릴 땐 별생각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결승전 주자로는 나서지 않은 대표팀 막내 이유빈(서현고)은 "예선전 때 넘어져서 솔직히 당황을 많이 했는데 바로 민정 언니가 달려와 줬다. 이후에 정신 차리고 달렸던 기억밖에 없다"며 "언니들이 멋진 경기를 펼쳐 메달을 따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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