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감시단체 "시리아 전투요원 수백명 아프린 진입"…터키·시리아 긴장 고조
'아프린 포위' 에르도안 위협에 맞불…터키 "포격 가해 친정부군 이동 차단"
미국의 적·협력자가 뭉쳐, 미국의 동맹과 싸우는 구도…러시아 의도 주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군사작전을 벌이는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에 시리아가 쿠르드를 지원하며 직접 개입에 나섰다.
시리아 북서부에서 미국의 적과 미국의 협력자가 뭉쳐, 미국의 동맹과 싸우는 구도가 전개될 판이다.
시리아 국영매체는 20일(현지시간) 시리아 '민중군'이 터키군 공격으로부터 아프린 방어를 돕고자 도시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국영TV는 위장 군복을 입고 시리아 국기를 휘날리는 무장 전투요원을 태운 호송대가 쿠르드 민병대의 검문소를 통과해 아프린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기관총을 실은 차량 20대도 아프린으로 향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시리아내전 모니터단체도 친정부 병력이 아프린에 합류했다고 보고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대표는 "전투요원 수백명이 아프린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 반(半)자치기구 로자바 지역 당국의 관리인 로즈하드 로자바 역시 "민중군이 아프린주(州)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시리아 국영매체가 민중군이 터키군의 공격을 받는 아프린 주민을 돕고자 아프린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아프린 전선에 개입한 병력의 정체는 불확실하나, 시리아군의 지휘를 받는 국내 비정규군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국영 방송 영상에서 전투요원들은 "시리아는 하나다"를 외쳤다.
터키는 관영 아나돌루통신 보도를 통해 시리아 친정부군 이동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접근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친정부군 호송대가) 터키군의 공격에 밀려났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터키의) 침략행위에 맞서 아프린을 돕기 위해 도착한 민병대 근처 주거지역으로 터키군이 포격을 가했다"고만 보도했다.
시리아가 친정부군을 보내 아프린 전선에 직접 개입함에 따라 양측의 정면 충돌 우려가 급격히 고조됐다.
앞서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러시아·이란 대통령과 논의한 후 시리아 친정부군의 아프린 배치에 제동이 걸렸다고 밝히면서, 아프린을 곧 포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 있는 의회에서 열린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며칠 안에, 신속하게, 우리가 아프린의 도심을 포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프린 군사작전을 계획대로 강행한다고 말했다고 터키·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터키정부 대변인 격인 베키르 보즈다으 부총리도 시리아군이 아프린작전에 개입한다면 "재앙"이 벌어질 것이므로 쿠르드를 돕지 말라고 시리아정부에 경고했다.
지난달 20일 터키는 아프린에서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터키는 자국 내 1천500만∼2천만에 이르는 쿠르드족에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쿠르드 독립국 형성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한다.
시리아 비정규군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가세한다면 시리아 북서부에서 누가 진짜 적이고 누가 진짜 동맹인지 분간하기 힘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대립 구도가 형성된다.
미국의 협력자인 YPG가 미국의 적국인 시리아 정권과 힘을 합쳐, 미국의 동맹인 터키와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시리아 친정부 병력의 아프린 배치를 용인한 의도가 주목된다.
시리아 정권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고, 터키는 시리아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자나 자부르 교수(정치학)는 이와 관련, "러시아는 터키와 시리아 사이 정면충돌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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