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리사이틀 앞두고 특파원 간담회…"오랫동안 연주자로 남고 싶다"
"내년 카네기홀, 쇼팽없는 첫무대…쇼팽콩쿠르 벗어나는 계기"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내년 1월 카네기홀 메인홀(아이작 스턴 오디토리움) 독주회에 대해 "쇼팽을 빼고 하는 첫 무대여서 저로서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카네기홀 데뷔 무대를 가진 이후 2년 만의 재초청 무대다.
조성진은 20일(현지시간) '북미 리사이틀 투어'를 앞두고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카네기홀 공연이 2015년 쇼팽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쇼팽을 너무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쇼팽만 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정규앨범 '드뷔시'를 내놓은 조성진은 올해 7월께 모차르트 곡을 녹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휘나 작곡보다는 오랫동안 연주자로 남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조성진은 21일부터 3월 초까지 미국 뉴저지 주를 시작으로 매사추세츠·콜로라도·애리조나·캘리포니아·뉴욕 주, 캐나다 온타리오 주를 도는 '북미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미국 투어공연으로서는 세 번째다.
다음은 조성진과의 일문일답
-- 세 번째 미국 투어인데 소감은.
▲ 미국에서 투어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유럽에 비하면 한국 교민도 많이 오고 해서 힘을 얻게 된다. 첫 번째 공연은 오케스트라 협연 투어였다. 그리고 지난해 카네기홀 무대를 포함해 리사이틀을 했고, 이번이 세 번째인데 9차례 리사이틀로 바쁜 스케줄이다.
--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쇼팽과 드뷔시를 비교하면 어떤가.
▲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다가 작년 8월 독일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파리에서 드뷔시 음악을 공부했다. 저로서는 '누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쇼팽과 드뷔시 모두 좋아한다. 쇼팽은 낭만주의이고 드뷔시는 인상주의여서 분위기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드뷔시가 쇼팽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다. 드뷔시는 쇼팽과 잘 어울린다.
-- 쇼팽 작품을 연주해 달라는 요청이 많을 것 같은데
▲ 아무래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지금도 쇼팽연주를 원하는 것 같다. 쇼팽을 너무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쇼팽만 치고 싶지는 않다. 카네기홀 공연에 재초청받았는데 쇼팽을 빼고 하는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이다. 쇼팽콩쿠르 우승 타이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저 자신으로서는 의미가 있고 기쁘다.
-- 쇼팽콩쿠르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자면.
▲ 이전에는 '과연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있었고 미래를 많이 걱정했다. 만 28세까지만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콩쿠르 우승으로 이제는 편안해졌다. 음악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 앞으로의 목표는.
▲ 콩쿠르 우승 이후로 매년 100번 정도 연주하는데 앞으로는 90번 정도로 조금 횟수를 줄이고 싶다. 10번의 차이가 크다. 여행도 가고 연습도 더 하고 개인 시간도 갖고 싶다. 유럽도 좋지만 연주할 기회가 없었던 도시에서도 연주하고 싶다.
-- 지휘나 작곡에는 관심이 있나.
▲ 지휘자가 될 생각은 지금도 없다. 엄청나게 힘들고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다. 제 그릇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피아노 작곡도 할 계획은 없다. 가령, 모차르트 스타일을 현대풍으로 적용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오랫동안 연주자로 남고 싶다.
-- 클래식 교육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
▲ 부모님이 음악가는 아니었지만, 집안에 음반이 많았다. 그래서 클래식이 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 학생들이 클래식을 진지하게 듣는다는 게 오히려 희한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야 클래식이 좋아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은 마시면 마실수록 취향도 생기도 맛도 느껴지는 와인과 비슷하다.
-- 한국 작곡가 가운데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나.
▲ 개인적으로는 진은숙 작곡가의 곡을 언젠가는 연주했으면 좋겠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