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내일 마지막 회의…보편요금제, 이통사 반발 여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협의회는 소극적, 국회는 적극적 입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통신비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22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활동을 종료키로 함에 따라 쟁점 사안 논의가 대부분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 보편요금제 ▲ 단말기자급제 활성화 ▲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통신비 감면 등 현안에 관한 논의를 해 왔다.
이 중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통신비 감면은 협의회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으나 나머지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남은 양대 쟁점 사안인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입장이 제각각이고 이해관계자들이나 정부와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불투명해졌다.
특히 보편요금제는 가계통신비 협의회가 그간 회의 시간의 절반 이상을 쏟아 붓는 등 공을 들였으나 정부·소비자·시민단체의 도입 찬성론과 이동통신사·알뜰폰업체들의 반대론이 맞서면서 의견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보편요금제는 작년 6월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하고 과기정통부가 작년 8월에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사항이었다.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고 이동통신 소량 이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월 2만원 안팎의 요금만 내고도 기존의 3만원대 요금제와 비슷하게 음성통화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을 쓸 수 있게 되고, 더 높은 가격대의 요금상품에도 연쇄적 인하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국회 과방위원 중에는 보편요금제가 정부가 이동통신 상품의 가격을 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어서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만약 보편요금제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통사가 헌법소원을 내는 등 극구 반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단체는 이통통신사 측이 대안 제시도 하지 않고 보편요금제 도입 반대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달 9일 열린 제8차 회의에서 퇴장해 회의가 파행으로 끝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에 대해 "정부가 가격을 직접 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의 상품을 출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특히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를 배려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 다른 쟁점 사안인 단말기자급제도 국회 논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이용자가 단말기를 따로 살 수 있는 '단말기자급제'를 2012년 5월에 도입했으나 아직 이를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는 10%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말기 가격 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단말기 유통 관여를 법으로 금지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협의회에서는 단말기자급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또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협의회 참가자들 대부분이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회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전향적 태도를 취해 왔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통사들의 단말기 유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작년 9월에 잇따라 내놓았다. 다만 국민의당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전자급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기존 단말기자급제를 활성화하고 단말기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공산은 커 보인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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