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당장 재건축 못해 지켜보자" 관망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 발표 다음날인 20일, 양천구와 송파구 등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끊어진 상태다.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가 설 연휴 전부터 주춤하더니 안전진단 강화 발표를 계기로 아예 매수 문의조차 사라진 것이다.
차기 재건축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는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일대 중개업소는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발표 이후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내 B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예고도 없이 대책을 내놔서인지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너무 조용하고 매수자는 물론 매도자도 전화 한통 없다. 며칠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W공인 대표도 "아직 팔겠다고 추가로 내놓는 매물이 없고 매수 문의도 없다"며 "신시가지 아파트가 재건축 연한에 이르다 보니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당장 시작해도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는 걸 주민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에 가격이 많이 올랐고 매물도 별로 없어서 설 연휴 전부터 매수세가 주춤했다"며 "이번에 안전진단 변수까지 생긴 만큼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안전진단 강화 방침과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등이 맞물려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매물이나 시세에 큰 변화는 없지만 이 지역 주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양천구 주민들의 모임인 '양천발전시민연대'가 지난 20일 개최한 '지진 및 대형화재 대응 양천구민 긴급 토론회'는 전문가와 주민이 모인 가운데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치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목동 D공인 대표는 "매일 주차난에 시달리고, 배관이 녹슬고 터지는 문제로 수리비도 많이 들어가는데도 재건축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주민들이 많다. 집단행동도 불사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아직 안전진단 신청을 받지 못한 문정동 올림픽 훼밀리타운과 방이동 올림픽 선수기자촌 아파트 등지도 조용한 모습이다.
문정동의 L공인 대표는 "앞서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도 큰 동요는 없었다"며 "오히려 설 전부터 오른 가격을 쫓아가지 못하고 매수세가 주춤했는데 그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훼밀리타운 103㎡는 최근 12억7천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호가가 13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문정동 J공인 사장은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어차피 올해 연말이 돼야 30년이 되다 보니 추진위원회와 같은 재건축 구심점도 없고, 이번 안전진단 강화 방침에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다만 그동안 재건축 기대감에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에 일부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안전진단을 신청해 강화되는 안전진단 기준을 피해갈 것으로 보이는 잠실 아시아선수촌은 반사이익이 기대됐지만 아직 잠잠한 모습이다.
잠실동 Y공인 대표는 "안전진단 신청은 했지만 정부가 작년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까지 조사하겠다는 걸로 봐서 여기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라며 "조용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아직 시세 변화는 없는 가운데 안전진단을 못받은 단지가 사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의도는 현재 미성·은하·광장아파트 등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고 목화아파트는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어서 이번 강화되는 안전진단과는 무관하다.
여의도동 J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아파트가 튼튼하게 지어졌다지만 아직 안전진단 통과 전인 단지들도 40여년 전에 준공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며 "매수·매도자 모두 별다른 움직임 없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 곳은 가뜩이나 거래도 안되는데 (정부 발표로) 매수 문의가 더 조용해졌다"며 "정부가 강남 집값 잡겠다며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결국 비강남권 아파트만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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