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아시안게임 우승 등 '살아있는 전설'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이채원(37)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힘껏 달렸다.
이채원은 2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팀 스프린트 준결승에서 주혜리(26)와 한 조로 출전했다.
결과는 19분 19초 17로 11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이채원이 지금까지 달려온 '설원의 고독한 레이스'는 순위로 따지기 어려운 의미가 있었다.
이채원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남녀를 통틀어 최고령이다.
무려 22년 전인 1996년부터 동계체전에 출전하기 시작, 개인 통산 금메달을 71개나 획득한 선수다.
또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간판'다운 활약을 펼쳤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이번 평창까지 동계올림픽에 5차례 출전한 이채원은 이번 대회에서 15㎞ 스키애슬론 57위, 10㎞ 프리 51위의 성적을 냈다.
2014년 소치 대회 30㎞ 프리에서 36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이채원은 지난해 2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스키애슬론 12위를 기록하며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월드컵 최고 순위를 작성하기도 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마친 이채원은 "시원하기도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며 "제가 몸을 잘 만든다고 했지만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성적을 내기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섯 차례 올림픽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를 묻자 그는 "역시 예상 밖의 성적을 냈던 소치 대회"라며 "30㎞를 완주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성적까지 잘 나와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센터에는 3천여 명의 관중이 가득 차 이채원의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지켜봤다.
이곳은 이채원이 동계체전에서 선수 가족이나 대회 관계자를 제외한 관중이 거의 없이 금메달을 쓸어담았던 장소다.
이채원은 "여기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찾아주신 것은 정말 처음"이라며 "여기에 이렇게 많은 분이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저나 다른 선수들에게 많은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일단 이번 시즌은 오늘로 마무리됐다"며 "선수 생활은 앞으로 2년 정도 더 할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은 어려울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날 경기장 관중석에는 남편 장행주 씨와 딸 은서(6)가 '엄마의 마지막 역주'를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서 만난 이들은 '여보, 잘했어', '엄마, 최고' 등의 덕담을 건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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