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지정됐지만 조용…과거 초호화 잔치와 대조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의 최고령 독재자로 군림했던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이 올해 쓸쓸하게 생일을 맞았다.
영국 BBC방송,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 '뉴스24'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무가베 전 대통령이 94번째 생일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무가베 전 대통령이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맞은 생일이다.
짐바브웨 새 정권은 무가베 전 대통령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떠들썩한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국영TV는 무가베 전 대통령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고 현지 신문들도 차분한 분위기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생일 하루 전인 20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무사파키 마하마트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마하마트 위원장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무가베 전 대통령은 피곤한 표정이고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는 우울한 느낌마저 든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마하마트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사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생일은 매년 초호화 잔치로 논란을 샀던 과거와 대조적이다.
짐바브웨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작년 2월 무가베 전 대통령의 생일에 하객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200만 달러(약 21억원)의 비용으로 생일잔치를 치렀다.
당시 생일 케이크는 무게가 93㎏이나 될 정도로 컸다.
또 무가베 전 대통령은 TV와 라디오로 1시간 동안 연설을 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2년 전인 2016년에는 13세기 유적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그레이트 짐바브웨'에서 대규모 생일잔치가 열렸다.
짐바브웨 국민이 높은 실업률과 급격한 물가 상승 등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상황임에도 무가베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다가 군부의 반발을 사면서 37년 장기 집권을 마감했고 사치스런 생일잔치도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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