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공장을 폐쇄하고, 동유럽 슬로바키아로 공장을 옮기기로 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의 하청 업체의 결정에 이탈리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월풀 냉장고에 들어가는 압축기를 생산하는 브라질 업체 엠브라코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토리노에 있는 공장을 인건비가 싼 슬로바키아로 옮긴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내달 4일로 예정된 총선을 보름도 남기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 공장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졸지에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약 500명이 실직할 위기에 처한 것은 가뜩이나 이번 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는 집권 민주당에는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카를로 칼렌다 산업부 장관은 즉각 중재를 시도했으나 엠브라코에 의해 거부 당하자 결국 브뤼셀로 날아가 유럽연합(EU)에 개입해 줄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
칼렌다 장관은 슬로바키아가 낮은 노동세율과 기타 투자 인센티브 등으로 다국적 기업체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이는 EU의 국가보조금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칼렌다 장관은 "경제 규모가 더 작은 나라들은 EU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활용해 운영비와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은 불공정한 EU 시스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반(反)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 문제를 정부와 EU를 싸잡아 공격하는 구실로 이용하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살비니 대표는 "이번 일은 이탈리아 정부가 EU 내부의 자유시장 규정을 재협상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집권하면 이탈리아인들을 말살하는 이런 시스템을 뒤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르그레테 베르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1일 브뤼셀에서 칼렌다 장관은 만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일자리는 옮겨지는 게 아니라 창출되야 한다"며 엠브라코 공장의 이전 문제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타게르 집행위원은 "누구나 (공장을)이전 사유를 갖고 있을테고, 이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납세자의 돈이 연관됐다면 우리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EU의 기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쓰여야지, 한 나라에서 나른 나라로 일자리를 옮기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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