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관객 절반이 20대 여성…3편 '해방'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커플이 또 돌아왔다. 억만장자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와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사랑과 사도마조히즘적 쾌락은 이제 완벽한 상호균형을 이루며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화 '50가지 그림자: 해방' 이야기다.
◇ 수갑과 아이스크림으로 사랑 확인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E. L. 제임스의 3부작 소설 '50가지 그림자'를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에피소드다. 종결판인 만큼 그동안 서로의 몸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가 삐걱대기도 하던 둘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다져진다.
"이제 나의 모든 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결혼식을 올린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에게 피로연 따위는 시간낭비다. 곧바로 그레이의 전용기를 타고 유럽으로 날아간다.
이제 남편이 된 그레이는 간섭을 시작한다. 해변에 누워있는 아나스타샤의 비키니 차림이 못마땅한 나머지 남들 눈을 피해 보트로 자리를 옮긴다. 아나스타샤에게 붙은 개인 경호원은 감시자 역할도 한다. 아나스타샤는 속박하면서도 한눈을 파는 듯한 그레이에게 마음을 돌린다.
영화는 둘의 화려한 결혼생활을 묘사하는 드라마에서 돌연 범죄 스릴러로 전환한다. 장르적 쾌감보다는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갈등을 봉합할 계기를 위해서다.
스릴러는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어설프고,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도 다소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에 쫀득한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 듯하다.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그레이의 재력과 천연덕스러운 허세, 묶고 때리는 적나라한 성애묘사, 아나스타샤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있다.
그레이는 친구도 마음대로 못 만나는 생활에 갑갑해 하는 아나스타샤를 위해 친구들을 모아 또 전용기를 출격시킨다. 그의 허세는 관객에게 웃음도 안긴다. 그레이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아내의 임신을 반대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온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
"오늘 밤에도 잘 생각 마" 같은 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둘은 수갑을 비롯한 각종 도구를 동원해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나눈다. 이번엔 아이스크림도 나온다. 그러나 묘사의 수위는 전편들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 "여성이 자아 찾아가는 에로틱 판타지"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는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2015년 2월 개봉한 1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이듬해 미국 골든 래즈베리 영화상에서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남우·여우주연상, 최악의 남녀 협연상을 석권했다. 그러나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에서 5억7천100만 달러(한화 약 6천143억원)의 극장수입을 기록했다.
미국에선 개봉 전부터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상영이 금지됐다. 영화에 쏠리는 관심과 우려는 원작 소설의 유명세 탓이 크다. 소설은 전세계에서 1억5천만 부를 팔아치우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파격적 성애묘사와 신데렐라 판타지를 반영한 아나스타샤의 정체성 찾기가 이야기의 핵심 줄기다. 이는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비아냥과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의 바이블'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불러왔다.
국내에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36만명, 2편 '50가지 그림자: 심연'(2017)이 19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21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2만1천12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했다. 외국만큼 폭발적 반응은 아니지만, 여성 관객의 지지는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다.
CGV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관객 중 여성은 69.1%로 같은 기간 상영한 모든 영화의 여성 관객 비중 61.2%보다 높았다.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여성 관객이 72.3%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관람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38.7%,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50.7%가 20대 여성 관객이었다. 2편의 경우 동기간 전체 평균 23.9%의 배를 넘는 수치다.
극장 관계자는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판타지와 에로틱한 장면들을 섞어 그린 점이 젊은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남성 관객 입장에선 돈 많고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 주인공을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