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섬에서 산불과 연무(煙霧) 피해가 확산하면서 4개 주에 재난경보가 발령됐다.
22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전날 리아우와 남수마트라, 서칼리만탄, 중부칼리만탄 등 4개 주정부가 산불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위성영상으로 확인된 산불 발생 구역인 '열점'(hotspot)이 90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열점은 재난경보가 발령된 4개 주에 집중돼 있으며, 주변 지역은 길게는 수 주째 연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칼리만탄 주의 주도인 폰티아낙 등지에선 짙은 연무 때문에 가시거리가 20∼25m로 급감하고,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열대우림과 이탄습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한다.
농장을 조성하려고 이탄습지에서 물을 빼면 일종의 석탄인 이탄이 남는데, 이탄은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자연발화하기 때문이다. 농민과 업자들이 숲을 없애려고 몰래 불을 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5년에는 엘니뇨로 인한 고온·건조 기후의 영향으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바람에 동남아시아 전역이 연무에 뒤덮여 외교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당시 발생한 연무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약 10만명이 폐와 심혈관 질환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후 대규모 산불을 유발할 수 있는 이탄습지(泥炭地·peatland) 개발을 중단하고 이를 복원할 계획을 세웠지만, 기술적 문제와 예산 부족 때문에 1년 넘게 착수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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