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 활용시 '게임 체인저'될 듯…美·中·러 개발에 전력투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2시간 안에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산하 고온기체동역학 국가중점실험실에 소속된 추이카이 연구팀은 최근 중국 내 학술지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극초음속 비행기는 음속의 5배 속도(마하 5)인 시속 6천㎞ 이상의 속도를 목표로 한다. 음속은 초속 343m, 시속 1천235㎞의 속도이다. 통상 음속을 넘는 속도를 '초음속', 마하 5를 넘으면 '극초음속'으로 부른다.
현재 일반 여객기를 타고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1만1천km 거리를 날아가면 14시간이 걸리지만, 이 극초음속 비행기를 타면 2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이 연구팀은 인공적인 바람을 발생시키는 풍동(風洞·wind tunnel)에서 이 극초음속 비행기의 축소 모델로 실험을 했다. 이 모델은 음속보다 7배 빠른 시속 8천60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에 성공했다.
날개가 아래위로 쌍을 지어 달린 쌍엽기처럼 생긴 이 비행기는 아래 날개가 팔을 벌린 것처럼 앞을 향해 있으며, 기체 뒤쪽에는 박쥐처럼 생긴 위 날개가 달려 있다. 그 모습이 영어 대문자 'Ι'의 모습을 띠어 '아이 플레인(I-plane)'으로 불린다.
이는 유선형 동체에 삼각형 날개를 지닌 기존 극초음속 비행기와는 상당히 다른 특이한 모습이다.
연구팀은 "이중 날개 구조가 극초음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체 흔들림과 저항을 줄여주며, 기존 극초음속 비행기보다 훨씬 많은 화물을 싣게 해준다"며 "아이 플레인 크기가 일반 상업용 비행기와 같다고 가정하면 실을 수 있는 무게는 상업용 비행기의 25%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여객 200명과 화물 20t 정도를 실을 수 있는 보잉737 여객기 크기의 극초음속 비행기를 만들 경우 사람 50명과 화물 5t을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알려진 극초음속 비행기는 모두 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중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비행기가 현실화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극초음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1천℃ 이상의 열을 승객이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이다. 절연 물질로 기체를 감싸거나 액체 냉각 시스템을 장착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에 불과하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1976년부터 운항해 평균 8시간 넘게 걸리는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대에 비행했지만, 비싼 요금에 소음도 심했다. 2000년에는 이륙 중 폭발 사고도 발생해 결국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탄도미사일에 탑재돼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의 경우 극히 낮은 고도로 활공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해 레이더의 포착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극초음속 비행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극초음속 폭격기'도 가능해져 기존 전쟁의 양상을 뒤흔들어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이에 미 공군은 'X-51 웨이브라이더(Waverider)' 순항 미사일, 중국은 'WU-14' 극초음속 활공체, 러시아는 '지르콘(Zircon)' 극초음속 대함 순항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경쟁에 불이 붙은 양상이다.
나아가 미 록히드마틴 사는 극초음속 정찰타격기 'SR-72'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7시간 이내에 비행할 수 있는 시속 1천700㎞ 이상 여객기 'X-플레인'(QueSST)도 개발할 계획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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