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독재자 마르코스 정권이 붕괴한 지 32년 만에 독재 치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이 마무리된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인권희생자배상위원회(HRVCB)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독재 시절 인권 피해자들에게 오는 5월 12일까지 총 97억5천만 페소(2천26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끝낼 계획이다.
필리핀은 2013년 '계엄령 피해자 배상 및 인정 법률'을 만들어 마르코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 100억 페소(2천79억 원)의 배상기금을 조성했다.
그동안 총 7만5천730명이 배상을 신청했으며 이 중 1만200명은 인권 피해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배상 대상에서 탈락했다.
HRVCB는 탈락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고 배상 대상자에 대한 공개 검증 절차를 거쳐 배상금 수령자를 확정하고 있다.
리나 사르미엔토 HRVCB 위원장은 "배상금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 당선된 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 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했다. 그는 하와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마르코스 가족들은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정축재 재산 반납을 거부하며 '가문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마르코스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는 2016년 부통령 선거 패배에 불복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의 딸 이미는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의 주지사 3연임이 끝나는 내년에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마르코스 자녀들은 아버지의 집권 시기가 필리핀의 황금기였다고 주장하며 정치활동을 확대해 마르코스 독재 치하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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