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말기환자 범위 늘 듯…질환 제한 폐지

입력 2018-02-22 14:43  

연명의료 중단 말기환자 범위 늘 듯…질환 제한 폐지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 국회 통과 눈앞
환자·가족 뜻 반한 연명의료 중단 의료진 처벌수위도 대폭 낮춰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중단할 수 있는 말기환자와 의료행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자와 가족의 뜻에 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의료진에 대한 처벌수위도 낮아진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28일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어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이른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말기환자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은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의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과 함께 작성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처럼 연명의료계획서를 쓸 수 있는 말기환자를 암 등 특정 4개 질환에서 질환 제한을 없애 질환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질환으로 확대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등이 임종과정에 접어들었을 때 연명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놓은 서류다.
말기환자는 적극적 치료에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보이는 환자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를 말한다.
의학기술 발전속도를 반영해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 시술도 확대했다.
현행법은 말기환자나 임종기환자가 원하더라도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만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연명의료는 다양하며,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중단·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해 중단·유보가능한 연명의료 행위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테면 의료계에서 사용중단을 요구하는 체외막 산소화장치(에크모·ECMO)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에크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치료에 사용돼 주목받았던 고가의 의료장비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주는 인공 심폐기라 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호스피스 시설 이용 말기환자의 경우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것 자체가 이미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담당 의사 1인만 '임종기 환자'라고 판단해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했다. 현행법에선 전문의 1인과 담담의사 1인 등 2명의 판단이 필요했다.
개정안은 연명의료결정법 위반 의료진에 대한 처벌요건을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규정하고, 처벌수위도 낮췄다.
즉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고, '환자나 가족의 뜻에 반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에만 의료진을 처벌하되, 처벌수위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완화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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