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대신 마크롱이 자유세계 지도자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은 결국 '자유세계의 지도국'이 되지 않을 것이며 독일인들도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없다고 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2016년 말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해외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칭송됐지만, 국내에서 그는 도전세력과의 충돌을 회피하며 독일을 깊은 잠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WP는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 계획 논란에 휩싸이고 프랑스가 틀을 깨는 포퓰리스트 부상에 맞닥뜨려 있을 때 이런 기대감이 독일에 대해 일었던 것이라고 시사하고 그러나, 1년 뒤 독일 자신도 정치적 교착 상태에 갇혀버렸다고 짚었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차기 정부 구성 협상을 5개월 가까이 끌면서 12년 집권 기간 최악 위기 중 하나를 겪고 있고 그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의 미국 때문에 생기는 힘의 공백을 독일이 채워줄 거라는 희망이 사라져 갔다고 평했다.
신문은 그러나 독일은 애초 그런 역할을 원하지도 않았을지 모르고, 심지어 그렇게 주목받는 데서 벗어나 권력을 덜 갖게 되는 것이 독일에는 더 이익이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면서 독일 쾨르버재단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독일이 국제문제에 대한 개입을 더 자제하는 것이 이롭다고 봤다고 소개했다.
베를린에 거점을 둔 세계공공정책연구소 운영책임자 토르스텐 벤너는 WP에 "독일은 유럽 주요 지도국 역할을 떠안지 않는 것이 해외에서의 평판에 좋다"면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미 보여줬지만, 프랑스가 더 많은 책임을 갖게 된 것으로 보여 괜찮다"고 말했다.
신문은 무엇보다 독일이 내부 분열로 수렁에 빠지고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에 짓눌린 상황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 가장 강력한 공적 인물 중 하나로 부상했다면서 투자은행 출신 인사(마크롱)가 사실상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하는 이들이 있다고 썼다.
WP는 이 대목에서 메르켈이 세계의 정치적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고 서방세계의 지도자로 불렸을 때부터 독일의 영향력에 숨 막혀 하는 많은 여타 유럽국은 불만이 있었다고 전하며 나치 침략의 과거사에 얽힌 폴란드,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반감을 적시한 뒤, 덜 지배력을 행사하는 독일이 분열된 EU가 몇몇 분열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일부는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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