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어 통일장관·국정원장 등과 연달아 만날 가능성
통일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정착 방안 협의기회 마련 기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김정은 기자 =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하면서 남북이 사실상 또 한번의 고위급 회담을 서울에서 하게 됐다.
일단 북한이 22일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명목상으로는 25일 열리는 폐회식 참석이 목적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진행을 축하하고 올림픽에 참가했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비롯한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는 것이 표면적인 방남 목적인 셈이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북한의 대남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통일전선부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이번 방남 기회에 남북관계 복원과 관련한 폭넓은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통보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일정 역시 폐막식 당일이 아닌 25∼27일의 2박 3일이다. 25일 폐막식이 끝난 이후에도 고위급대표단은 비교적 넉넉한 일정으로 남측에 머물게 된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밝힌 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자연스러운 기회에 만나는 것은 물론 대북정책 주무부처 수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잇따라 회동할 공산이 크다.
이때 김 부위원장 등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이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고위급대표단으로부터 방남 보고를 받고 "향후 북남관계 개선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주시었다"고 보도했다.
정부도 김 부위원장 등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계기에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이나 대북특사 파견과 같은 현안 역시 북측 고위급대표단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위원장 등 고위급대표단의 방남과 관련해 "남북 당국 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에 대한 대화와 협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측 고위급대표단에 김 부위원장 말고도 대남 실세가 총출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고위급대표단에 포함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9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였던 조명균 장관과 대좌했던 인물로, 지난 9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함께 고위급대표단의 일원으로 방남한 바 있다.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위원장과 대남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리 위원장의 동시 방남으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논의가 한층 심도 있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측이 통보한 고위급대표단 수행원 중에도 대남분야 실세들이 여럿 포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 인사가 리현과 김성혜다. 통전부 참사로 알려진 리현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측 조문단 일원으로 방남한 것은 물론 2007년 1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할 때도 배석했다.
북한에서는 드문 여성 대남일꾼인 김성혜는 지난번 고위급대표단의 방남 때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이라는 직책으로 내려와 김여정 제1부부장을 밀착 수행했다.
이번 고위급대표단 수행원에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대남라인의 핵심인사인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도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 지원 명목으로 인제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고위급대표단 방남 기간에 나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맹경일은 2015년 평양을 방문한 이희호 여사를 공항에서 영접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최고위급 3인방 황병서·최룡해·김양건이 전격 방남했을 때도 대표단으로 내려와 남북 간의 접촉에 깊숙이 관여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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