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달하는 연금적자 타개 위해 개혁 추진…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의 운영이 잠정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연금 개혁에 불만을 품은 강사와 직원들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 재정 시스템 개혁을 천명한 가운데 대규모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영국 대학들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는 형국이다.
22일(현지시간)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유럽 최고 이공계 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대학연맹(University and College Union·UCU) 소속 57개 기관이 연금 개혁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간다.
이번 파업에는 강사와 연구원은 물론 도서관 직원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만명의 대학 직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오는 3월 16일까지 계획된 파업이 계속 진행될 경우 도서관 등 각종 시설은 물론 수업까지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맹이 오는 6월까지 파업에 나설 수도 있어 대학 학기 말 시험 등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 직원들이 파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연금 개혁 때문이다.
영국 대학 퇴직연금제도(Universities Superannuation Scheme·USS)는 61억파운드(한화 약 9조 2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이유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미리 확정돼 있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schemes)에서 근로자가 직접 퇴직급여를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s schemes)으로 변경을 추진하는데 대해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현행과 비교하면 강사 1인당 연간 1만파운드(약 1천500만원) 가량 연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UCU의 주장이다.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이 15∼20% 가량 줄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UCU는 대학들이 학생수 증대, 학비 인상 등을 토대로 새 건물 등은 마련하면서 정작 교육이나 직원 처우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대학 측은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 직원들의 연금 제도는 고용주의 기여금이 임금의 18% 수준으로 민간 부문 평균의 2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공부문과 달리 고등교육 부문에서는 아직 긴축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등 방만함이 남아이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학생들은 학교 보다는 직원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수업 차질 등에 따른 학비 환불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돼 이미 8만명 가량이 서명했다.
가뜩이나 정부에서 높은 학비 수준 등을 이유로 대학 재정 시스템을 재검토한 뒤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파업 국면까지 이어지면서 영국 대학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집권 보수당은 지난 19일 그동안의 정책 방향을 되돌려 치솟는 대학 학비를 낮추고 학생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학비에 상응하는 교육의 질을 제공하는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샘 지이마 영국 교육부 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연맹과 대학 측은 학생들과 우리 대학들의 명성을 위해 피해를 보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