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 부풀려 불법분양" 판단
계열사 돈 빼돌려 가족회사 지원…횡령·배임액 4천300억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재벌 총수가 구속기소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비위에 관여한 전현직 부영 임원 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부영 계열사 2개 법인도 함께 정식 재판에 넘겼다.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갈취한 전직 부영 경리직원 박모씨도 구속돼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구속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사실 중 상당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라고 사유를 밝혔다.
이 회장이 받는 핵심 혐의는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임대주택법 위반 등)다.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서민 임대아파트를 불법 분양했고 이 회장이 여기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관련법령과 판례가 임대주택 사업자의 수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데도, 부영이 분양 전환가격을 불법으로 부풀려 부영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규모도 4천300억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추산했다.
이 회장이 2004년 27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구속기소 됐을 때 실형을 피하려고 매제 명의로 된 자신의 부영 주식을 회사에 반환하기로 약정했는데도, 정작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재판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해당 주식(시가 1천450억원 상당)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납부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매제의 벌금과 세금 대납을 위해 그에게 188억원 상당의 퇴직금을 이중 지급하고, 부인 명의 회사를 계열사 거래에 끼워 넣어 155억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아들이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등 부실 위기에 빠진 가족 기업에 우량 계열사 자금 2천300억원을 회수 가능성이 작은데도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계열사 자금 246억원을 동원해 개인 홍보용 책을 내는 데 사용한 사실도 혐의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부영이 기업공개 없이 불과 한 세대 만에 자산 규모 21조원, 재계 16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반면,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입주민들과 수많은 분쟁이 발생한 점에 주목해 임대주택 분양의 불법성 여부를 수사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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