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혐오발언 쏟아내자 여성부 장관 경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중세의 영웅을 기리는 축제에서 '올해의 잔다르크'로 뽑힌 혼혈 고교생에 대해 프랑스 네티즌들이 인종혐오 발언을 쏟아내 문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블뢰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중부 오를레앙의 17세 여고생 마틸드 에데 가무수가 백인이 아닌 혼혈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잔 다르크'로 최근 선발됐다.
'올해의 잔 다르크'는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영웅이자 성녀로 추앙받는 잔 다르크(Jeanne d'Arc·1412∼1431년)를 기려 오를레앙 시가 매년 선발하고 있으며, 매년 4∼5월 열리는 잔다르크 축제의 클라이맥스인 5월 8일 거리 행렬의 중심에 선다.
10대 여성 청소년 중에 선발하는 올해의 잔 다르크가 되기 위해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 10년 이상 오를레앙 거주, 오를레앙 소재 고교 재학, 정기적 자원봉사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무수 역시 모범적인 학교생활 등을 인정받아 13명의 후보 중에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백인이 아닌 흑백혼혈 청소년이 사상 최초로 올해의 잔 다르크로 선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너무 못생겼다. 비비원숭이 같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욕설과 비난이 폭주하자 축제 주관사와 여성부 장관이 경고하고 나섰다.
축제를 주관하는 오를레앙-잔다르크협회의 베네딕트 바랑제 대표는 프랑스블뢰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매우 유감이다. 가무수는 어린 소녀다. 이제 그만하라"고 말했다.
마를렌 시아파 프랑스 성평등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가무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잔다르크와 프랑스의 역사는 (인종적) 동일성을 뜻하지 않는다. 파시스트적인 인종증오는 프랑스 공화국에서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인종혐오나 차별 선동 발언을 할 경우 기소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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